[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 정상회담 대선후보별 득실
수정 2007-10-01 00:00
입력 2007-10-01 00:00
하지만 대세론에 안주하고 있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나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해 절치부심하는 대통합민주신당의 예비 후보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정치 공방과 유불리의 계산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변수는 노 대통령의 귀경길 보따리에 무엇이 담기느냐가 될 것이다.
이 후보와 한나라당 세력은 “노 대통령이 실천을 약속할 수 없거나, 약속하지 말아야 할 의제를 합의해 온다면 가만 있지 않겠다.”며 벼르고 있다. 종합적인 평화 플랜을 적극적으로 내놓기보다 합의된 의제에 대응하는 ‘수세적 공세’의 전략인 셈이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서해 북방한계선(NLL)문제를 비롯해 무리수가 나올 것이고, 북측도 차기 정권이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이번 기회에 많은 것을 얻어내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상임위별로 정상회담 결과를 도마에 올려 대선의 돌출변수로 부각시키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 후보가 지난 28일 “기왕하는 것인 만큼 성공적으로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도 정상회담의 정치적 효과를 희석시키려는 포석으로 여겨진다.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들 사이에는 기대와 딜레마가 교차할 것이다.
노 대통령이 가시적 효과가 기대되는 경제관련 의제를 성사시킨다면 찬바람 부는 경선 현장이 다소 달궈질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인단의 정치의식을 고려할 때 정상회담의 맥이 끊기고 의제 실현이 요원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자발적 참여의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후보별 셈법은 묘하게 엇갈릴 것이다. 후보 결정 열흘 전에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시간적 촉박함으로 볼 때 특정후보가 반사이익을 누리거나, 결정적으로 타격을 입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노 대통령의 보따리가 생각보다 푸짐할 때 정동영·손학규·이해찬 세 후보 사이에 “계승이냐, 차별화냐.”라는 논쟁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과 대립각을 유지하고 있는 정 후보는 ‘개성(開城) 동영’이라는 이미지를 한껏 부각시키며 ‘어색한’ 접점을 찾으려 할 것이다.‘굴러온 돌’의 한계에 시달리고 있는 손 후보에게는 참여정부가 주도하는 정상회담 이슈 자체가 또 다른 부담일 수 있다. 참여정부 노선을 일관성 있게 지켜온 이 후보의 몫이 커 보이긴 하지만, 후보 본인의 이슈 주도력과 정치적 리더십이 취약하다는 점에서 남은 열흘 동안 정상회담의 과실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ckpark@seoul.co.kr
2007-10-0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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