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노동운동 패러다임 바꿔야/김정식 연세대 교수 화폐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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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08-23 00:00
입력 2007-08-23 00:00
최근 우리는 다시 격심한 노사분규를 겪었다. 이러한 노사분규의 중요한 목적은 노동자 임금을 인상시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화이후 우리 노동조합은 파업과 임금투쟁을 통해 임금을 인상시켜 왔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임금인상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후생은 늘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업상태에 있거나 비정규직에 있는 많은 노동자들은 전보다 더 어려운 삶을 살며, 정규직 노동자라 하더라도 비록 임금은 올랐지만 모두들 과거보다 더 살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노조가 목적한 것과는 반대의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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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이렇게 힘든 임금인상 투쟁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후생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우리 노조가 그동안 기업에서 받는 화폐임금에만 관심을 가지고 실질임금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후생은 화폐임금 인상만으로 좋아지지 않는다. 아무리 화폐임금을 올려도 물가가 이보다 더 오른다면 노동자의 실질소득이 줄어들어 후생이 늘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노조의 투쟁으로 임금이 인상되면 기업수익이 감소되면서 기업은 국내투자를 줄이고 해외투자를 늘려 실업이 늘어나게 된다.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노동자 후생이 감소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실업을 줄이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통화량을 늘리게 되면 이는 물가와 부동산가격을 상승시켜 결국 노동자의 실질소득을 줄어들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가격 상승은 소득 중에서 큰 부문을 차지하는 재산소득의 격차를 벌어지게 만든다. 상대적으로 재산소득이 적은 노동자의 후생을 크게 악화하고 빈부의 격차를 심화하는 것이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의 상황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노조는 투쟁과 파업으로 임금을 지속적으로 인상시켰지만 임금상승률보다 생활물가 상승률이 높았고, 부동산가격이 몇배나 오르면서 노동자의 실질소득은 오히려 크게 감소되었고, 소득 양극화는 더욱 진전된 것이다.

결국 노동자 후생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기업이 임금을 높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물가와 부동산가격을 안정시켜 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임금은 기업이 높여줄 수 있지만 생활물가와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은 기업이 할 수 없고 정부만이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 노조는 기업에만 임금인상을 요구해 왔다. 생활물가와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 노동단체가 정치적 목적을 가지지 않고 진정으로 노동자 후생을 높이고 빈부격차를 줄이고 싶다면 지금까지의 노동운동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노동단체들이 매년 파업을 하면서 기업에만 과도한 임금인상과 노동자 후생증대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정부에 높은 생활물가와 부동산 가격을 낮추어 주도록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현재의 비효율적인 공공부문을 과감히 정비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등의 제도개선을 통해서 생활물가를 낮추는 데 노력해야 한다. 또 효율적인 통화량 관리를 통해 부동산가격을 안정시켜 노동자 실질소득이 늘어나도록 해주어야 한다.



노조가 기업에만 임금인상을 요구하면 결국 물가를 높이고 이는 다시 임금을 인상시켜 경제는 임금인상과 물가상승의 악순환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경제는 기업투자 감소로 저성장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고 결국 노동자와 기업 모두 패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 노조는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노동자의 실질소득을 늘리기 위해서는 과도한 임금인상보다는 생활물가와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도록 관련 제도와 정책 개선을 정부에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 화폐금융
2007-08-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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