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정치게임… 위기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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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영 기자
수정 2007-07-26 00:00
입력 2007-07-26 00:00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경선후보 친인척의 주민등록초본 유출에 중앙일보 이 모 기자와 전(前) 정치부장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건의 진위와 관계없이 언론이 정치활동의 감시자가 아닌 당사자가 됨으로써 스스로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고질적인 병폐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고 입을 모은다.

논란이 일면서 중앙일보와 이 기자는 개인적인 차원의 실수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23일자 신문에 “이 기자의 행위가 비록 개인적 차원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취재원과의 관계에서 언론윤리상 문제가 일부 있다고 판단,22일자로 이 기자를 취재 현장에서 제외시켰다.”면서 회사 차원의 문제로 비춰지지 않도록 철저하게 선을 긋고 있다.

이 기자도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기자생활 동안 이렇게 어이없는 일은 처음이라 현재 휴가를 받아 쉬고 있다.”면서 “왜곡보도한 언론에 대해서는 변호사가 관련 기사의 명예훼손 여부를 검토하는 등 개인적으로 법적 대응 준비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언론윤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회사 결정에 따르겠다.”면서도 “난 언론윤리상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CR팀 관계자는 “언론윤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기자로서 자료 관리를 잘못했다는 의미”라면서 “검찰조사 결과에 따라 이 기자에 대한 징계여부를 결정하겠지만 개인의 실수를 의도적으로 회사와 연관시킨 언론들의 무책임한 보도는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영기 정치부장은 “검찰 조사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예정이란 것 외에 더 이상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언론의 위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예라고 진단한다.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방송영상과 교수는 “언론이 정보를 유통시키고 싶어 하는 쪽이나 얻고 싶어 하는 쪽에서 접근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채널로 인식되면서 의도적이든 실수든 정치공작에 이용된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종대 부산 동의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도 “한국 언론위기의 핵심은 언론이 정치를 감시하고 정치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게임의 당사자가 됐다는 것”이라면서 “검찰조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밝혀지겠지만 대선 과정에서 언론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비판만큼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1997년 11월 정치부가 작성한 이른바 ‘이회창 경선전략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이란 내부 문건이 유출돼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란 비판을 받았고,99년 10월엔 문일현 기자가 이종찬 당시 국민회의 부총재에게 ‘언론장악 문건’을 전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2007-07-2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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