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Law] 소외계층 생계형사건 무료변론 ‘앞장’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유지혜 기자
수정 2007-07-25 00:00
입력 2007-07-25 00:00
지난해 4월 중국인 유학생 A씨가 살인미수 혐의로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됐다. 동료 유학생 B씨의 머리를 흉기로 내리쳤다는 혐의였다. 하지만 검찰은 A씨를 살인미수가 아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법원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이런 ‘선처’가 내려졌을까.A씨와 B씨는 지난 2005년 공부와 취업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유학 알선업체의 말을 듣고 한국에 왔다. 하지만 막상 한국에 와보니 이들의 비자로 일하는 것은 불법이었다. 알선업체는 외진 곳이라 경찰 단속이 없을 것이라며 일자리를 알선해줬지만 노동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전혀 보장받지 못했다.A씨는 사건이 벌어진 날 일하다 다친 동료를 대신해 의료보험 문제를 따지러 알선업체를 찾았다.

이미지 확대
하지만 술에 취한 A씨는 방을 잘못 찾아 B씨의 방문을 두들겼고, 그 과정에서 시비가 붙어 흉기를 휘두르게 된 것이다. 불법체류자 신분인 A씨와 B씨는 경찰조사에서 이런 속사정을 털어놓지 못했다.A씨는 “피해자가 나를 괴롭히려 한다는 소문을 듣고 확인하러 갔다.”고 얼버무렸고, 경찰은 A씨가 처음부터 B씨를 해코지할 이유로 찾아갔다고 판단해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작년 3월 발족 민간기업 첫 법률봉사단

중국 연수를 준비중이던 삼성법률봉사단의 김윤근(43·사시 33회) 변호사는 통역봉사자를 통해 우연히 이 사건을 알게 됐다. 무료법률상담에 나선 김 변호사는 한국어와 문화에 익숙지 않은 A씨와 B씨를 몇차례 만나 재판 절차 등을 자세히 알려줬다. 그러다 두 사람으로부터 사건의 전모를 듣고 A씨가 처음부터 B씨를 해칠 의도는 없었다는 점을 밝혀냈다.

김 변호사는 “A씨 가족들이 버스로 2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피해자 집을 찾아가 사죄 끝에 합의를 얻어냈고, 피해자측으로부터 진정서도 받아냈다.”면서 “변론 과정에서 피해자측으로부터도 신뢰를 얻었기 때문에 봉사단이 간접적으로 화해를 권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민간기업 최초의 법률봉사단으로 발족한 삼성법률봉사단의 무료 법률상담사례는 7000여건. 현재 진행 중이거나 종결된 형사사건 무료변론은 75건이다.70명 안팎의 국내 변호사들 거의 전원이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무료변론은 생계형 범죄자나 장애우 등 변호사를 선임할 능력이 없는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다. 한 사건을 맡으면 항소·상고심까지 책임진다.

변호사 70여명 7000여건 무료상담

봉사단 관계자는 “정보 부족 등으로 봉사단을 너무 늦게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 이들을 볼때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봉사단 여남구(44·사시 30회) 변호사는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방법 자체를 몰라 우리와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창단 1주년을 맞아 ‘현장으로 찾아가는 법률봉사’를 적극적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2007-07-25 1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