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門의 전쟁’
안미현 기자
수정 2007-07-04 00:00
입력 2007-07-04 00:00
3일 업계에 따르면 냉장고 문 싸움의 시작은 19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사가 세계 최초로 문 두짝(2-door)짜리 냉장고를 출시하면서 불이 붙었다. 지금이야 양문(兩門)형 냉장고가 당연해 보이지만 당시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파격 제품이었다.1927년 GE가 외문 냉장고를 세상에 처음 내놓은 이래 42년만의 지각변동이었다.
우리나라만 해도 양문형 냉장고가 등장한 것은 불과 10년 전이다.1997년 삼성전자가 처음 국내에 출시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문 싸움에 다시 불을 붙인 것은 국내 업체들이다.2004년초 LG전자가 문 세개인 3도어 냉장고를 국내 최초로 내놓았다. 그러자 삼성전자는 한술 더 떠 지난해 문을 하나 더 달았다. 위아래로 각각 두개씩 문 네 짝짜리(콰트로) 냉장고를 역시 세계 최초로 내놓은 것이다.
4도어 냉장고는 소비자가 각자 취향이나 필요에 따라 냉동실과 냉장실을 1대2 또는 1대3 비율로 선택해 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역(逆) 조합도 가능하다.
업계가 이렇듯 문에 매달리는 이유는 간단하다.‘돈’이 되기 때문이다.
다문(多門)형 냉장고는 일반 냉장고보다 훨씬 비싸다.200만∼330만원대다. 그런데도 매출은 급증하고 있다. 삼성의 지난달 4-도어 냉장고(지펠 콰트로) 매출은 지난해 성수기보다 65%나 늘었다. 삼성이 올초 220만원대의 대중 모델을 내놓은 것도 판매를 크게 자극했다.
LG의 3-도어 냉장고(프렌치 디오스)도 지난달말 현재 매출 비중이 이 회사 전체 냉장고 매출의 18%를 차지했다. 출시 초기에는 5%에 불과했다.
냉장고에 문을 더 달아 짭짤한 재미를 본 업계는 김치냉장고로도 눈돌리는 양상이다.2고내,3고내, 다고내까지 등장했다. 고내(庫內)란 냉장고나 창고의 안을 뜻하는 한자어다. 다고내는 문이 네개인 서랍식 김치 냉장고다.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 상술” 지적도
양문형 냉장고만 만들고 있는 대우일렉은 “땅이 넓어 집이 큰 북미 지역에서는 냉장고가 갈수록 커지는 추세여서 문을 여러개 달아도 상관없지만 집이 좁은 우리나라의 가옥 구조 특성상 냉장고 칸을 세분화해 각각의 온도를, 그것도 비싼 비용을 들여 유지할 필요성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가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김치냉장고 또한 문이 많으면 냉기 유지가 어려워 상대적으로 맛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삼성측은 “냉장고에 문을 많이 달려면 각각의 독립 냉각 유지 기술과 (냉각기를 최소화해 집어넣는)공간 설계 능력이 필요하다.”면서 기술력 부족에 따른 질시라고 일축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2007-07-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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