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기회균등할당 전형’ 도입] 문제는 예산… 年2조원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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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천 기자
수정 2007-06-27 00:00
입력 2007-06-27 00:00
26일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고등교육의 전략적 발전방안’의 배경에는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적 책무성과 다양성 확대, 사회적 배려라는 철학이 깔려 있다. 사회적 약자인 소외계층을 배려하고 다양성을 인정해 이를 국가 경쟁력으로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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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비율 11%는 의무 아닌 대학 자율로

노무현 대통령이 이날 관련 보고회에서 “지식이 보편화되고 정보 공유 수준이 높아진 시대에 엘리트 수준으로만 경쟁력을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한 부분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고등교육 차원의 기회 균등은 도덕적 가치는 물론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도 당연히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날 발표의 핵심인 기회균등할당 전형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사회적배려 대상자 전형이 주를 이루는 2006학년도 4년제 대학의 정원외 특별전형 현황을 보면 법정 비율은 11%지만 등록률은 75.4%에 불과했다. 소외 계층이 대학 가는 길은 마련돼 있지만 학비 등 여건이 안돼 제대로 공부하기는 어렵다. 입학한 뒤 2년 동안 기초 교육 프로그램을 받도록 하고, 그동안 국가가 전액 장학금을 주기로 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소외 계층에 대한 배려는 진학 단계에서도 적용된다. 이 전형을 통해 지원하는 학생들은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해당 학생들끼리만 경쟁하도록 했다. 특히 수능이나 내신 등 시험 성적보다는 개인환경이나 잠재력, 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선발하되,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활용하더라도 일반전형에서 활용하는 기준보다 1∼2등급 낮은 수준으로 설정해 뽑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2008학년도부터 도입하는 입학사정관제를 적극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이 기존 제도와 다른 점은 학생들을 뽑기만 하고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나랏돈으로 적극적으로 학비를 대 주고,‘보충학습’까지 시켜 경쟁력을 갖추도록 발판을 마련해 준다는 점이다. 이번 정책은 의무 사항이 아니라 대학 자율로 결정할 수 있다. 단 이 전형을 도입하는 대학에는 해당 비용을 국가가 지원한다. 특히 서울대의 지역균형선발 전형이나 연세대의 한마음 장학 전형처럼 현재 대학들이 정원내 특별전형으로 장학금을 줘 가며 뽑고 있는 학생들에 대해서도 이 전형을 통해 국가가 지원, 대학들도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재정이다. 연간 2조원 안팎씩 들어가는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재정 문제는 고등교육 정책의 발목을 잡아왔다. 노 대통령은 이와 관련,“예전에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고등교육 재정을 확충하겠다고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방법을 찾았다. 다음달 발표할 국가재정배분계획에서 구체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박거용 소장은 이와 관련,“고등교육 예산 문제가 해결됐다면 다행”이라면서 “사회적으로 없는 자들에 대해 외국처럼 배려해줄 수만 있다면 상당히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대도시 대학에만 집중 지원 부작용”

그러나 기회균등할당 전형에 대한 걱정도 적지 않다. 서울대 이장무 총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서울대는 이미 지역균형선발 등으로 다양한 학생을 뽑고 있지만 성적이 정시모집 합격자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급격히 실시하기보다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영산대 부구욱 총장도 “이미 대학 진학률이 82%에 달하는데 기회균등할당제 도입은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그는 “정원외로 뽑으면 학생들은 세칭 일류대로만 지원한다.”면서 “농어촌 특별전형을 만들 때도 학생들이 대도시 대학으로 집중되는 결과를 낳았다.”며 신중한 검토를 제안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2007-06-2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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