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현대차 노조, FTA 해봤수? /육철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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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06-26 00:00
입력 2007-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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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철수 논설위원
육철수 논설위원
나는 작고한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을 존경한다. 검소하고 부지런해서이기도 하고, 불굴의 기업가 정신엔 경이로움을 금치 못한다. 초등학교만 나온 그가 고향에서 소 한 마리 달랑 훔쳐나와 오늘날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을 일궈놓은 이야기는 읽고 또 읽어도 감동적이다.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그가 입에 달고 다녔다는 “해보기나 했어?”라는 말은 가장 인상깊게 남아 있다. 이 한마디만큼 자신감 넘치고 도전적이며 진취적인 말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산업시설이 빈약하기 그지없던 1960∼70년대, 불가능해 보이던 사업들을 하나하나 성공으로 이끈 원동력은 바로 그의 ‘해봤어 정신’일 것이다. 이는 현대 임직원들의 가슴 속에 면면히 이어지는 기업문화이기도 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현대차는 또 위기이자 기회를 맞고 있다. 현대차 노조 집행부가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반FTA 파업에 동조하려다 일부 계획을 거둔 것은 다행이다. 노조원과 울산시민이 똘똘 뭉쳐 급한 불을 껐다는 점에서 새로운 희망을 본다. 아무리 잘나가는 회사도 소비자가 등을 돌리면 설 땅이 없어진다. 노조 집행부는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고집을 일단 꺾었다. 내친김에 국민과 노조원들의 충언을 제발 받아들여 주말 총파업도 철회했으면 한다.

사실 자동차산업이 한·미 FTA의 대표적 수혜산업이라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런 점에서 자동차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걱정과 불안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시장에서 제대로 겨뤄보지도 않고 ‘노동자의 생존권 위협’을 내세워 반FTA에 나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한·미 FTA 협상에서 자동차의 경우, 미국은 배기량 3000㏄ 이하 승용차와 자동차 부품의 관세를 즉시 없애기로 했다. 대미 자동차 수출의 73%(금액기준)를 차지하는 3000㏄ 미만 승용차는 미국의 관세(2.5%)가 없어져 당장은 수혜를 볼 수 있다. 관세만큼 차값을 내리면 연간 1만대의 수출증가 효과가 있다고들 한다. 물론 환율변화를 고려하면 미래는 알 수 없으나 시장이 넓어진 것만은 틀림없다. 그런데도 현대차 노조가 반FTA 파업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갉아먹고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면 이건 싸워보지도 않고 항복하는 거나 다를 바 없다. 정 명예회장이 살아 있었다면 “해보기나 했어?”라는 일갈이 떨어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더구나 현대차는 오늘이 있기까지 국민의 사랑도 많이 받았다. 국민은 지난 40년 동안 현대차 1250만대를 사주었다. 이걸 밑천삼아 1320만대를 수출했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10년동안 무료정비서비스를 해주고 내수시장보다 싼 값으로 판매해도 국민은 불평하지 않았다. 이렇게 국민의 희생과 양보로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오른 마당에 지난 20년 동안 연례파업으로 속을 썩인 걸 생각하면 울화가 치민다.



현대차는 지금 여러 차종이 미국에서 호평받고 있다. 가격은 차치하고 품질도 훌륭하다는 평가다. 이런 경쟁력이면 한·미 FTA가 출범해도 연간 1700만대에 이르는 세계 최대시장에서 맘껏 기량을 떨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자동차노조가 임금삭감 등 구조조정에 합의한 것은 FTA에 대비한 전열정비다. 상대는 이렇게 바삐 움직이는데 한가하게 파업이나 벌인다면 기회는 위기로 바뀔 게 뻔하다. 도전하고 개척해 보겠다는 현대의 기업정신,‘해봤어 정신’을 다시 보고 싶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7-06-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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