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관람료 ‘배짱 징수’ 여전
●사찰, 관람료 25∼43% 올려
지난 10일 국립공원 설악산 입구에서는 산악회 회원들과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신흥사측과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졌다. 다른 국립공원 입구에서도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 지 6개월째 접어들었지만 대부분의 사찰들이 여전히 옛 매표소 자리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거두면서 탐방객들과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사찰을 들르지 않는 단순 등반객에게도 무리하게 관람료를 징수하려는 사찰과,6개월째 갈등을 조정하지 못하는 정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국립공원과 사찰측은 지난해 말까지 공원 입구 매표소에서 입장료와 관람료를 일괄적으로 징수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1월부터 국립공원 입장료 징수를 폐지하면서 사찰측에 관람료 징수 장소를 사찰 쪽으로 옮겨줄 것을 요구했으나 몇몇 사찰을 빼고는 옛 매표소 자리에서 관람료를 받고 있다.
11일 환경부에 따르면 23개 국립공원 사찰 가운데 문화재 관람료 징수를 폐지하거나 징수 장소를 옮긴 사찰은 5곳에 불과하다. 백담사는 관람료를 받지 않고 있으며 월정사·희방사·연곡사·보리암 등 4개 사찰은 관람료 거두는 장소를 사찰 쪽으로 옮겨 시비 소지를 없앴다.
그러나 설악산 신흥사 등 18개 사찰은 여전히 기존 매표소 자리에서 관람료를 받고 있다. 관람료 거두는 장소를 사찰 쪽으로 옮길 경우 많은 탐방객이 관람료를 내지 않고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15개 사찰은 관람료를 25∼43% 올렸다. 일부 사찰은 기존 등산로에 철조망을 치고 등산로를 막는 일까지 벌어졌다.
●시민단체 “국고지원 말도 안돼”
입장료 폐지와 동시에 야영장·주차장 등으로 사용 중인 사찰 부지에 대해 임대료로 연간 2억원을 내주고 있다. 나아가 국립공원 입장료(252억원)가 폐지됐음에도 불구하고 내년부터 정부 예산에서 사찰환경개선사업비(12억원) 명목으로 지원해 줄 방침이다. 환경부는 해마다 입장료 수입의 일부(지난해 13억원)를 문화재보수비 명목으로 지원해 왔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보수비(500억원), 문화관광부는 전통사찰지원비(100억원)·템플스테이 사업(150억원) 등을 간접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다.
사찰측은 “사찰 부지를 국립공원에 포함시켜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는다.”며 사찰 부지 사용료(임대료)로 연간 1400억원을 지원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문화재 지정 기준을 특정 건축물(점 조직 개념)에서 사찰 경내 전체(면 조직 개념)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줄어든 관람료 수입을 보충하고 사찰 부지를 통과만 하는 탐방객에게도 관람료를 받아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시민단체들은 그러나 “속내가 뻔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국시모),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사찰은 무원칙한 국민의 세금(국고) 지원 요구를 철회하고 관람료 문제를 풀기 위한 협의회에 성실히 임하라.”고 비난했다. 윤주옥 국시모 사무국장은 “정치인과 사찰측이 문화재관람료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는 “사찰측 눈치를 보지 말고 관람료 문제를 즉각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