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과잉유동성 부작용 줄이려면/김정식 연세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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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06-11 00:00
입력 2007-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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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경제가 원활하게 작동하려면 적정량의 화폐가 필요하다. 그러나 너무 많은 화폐가 시중에 유통되면 물가가 오르고 주식, 부동산과 같은 자산 가격이 급등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우리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2003년부터 금리를 낮추고 환율을 높이는 정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그 부작용으로 시중 유동성이 급격히 늘어나게 되었다. 저금리로 대출이 증가하고 높아진 환율로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하여 시중 유동성이 늘어나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과도하게 풀린 돈이 그동안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켜 돈의 가치를 떨어뜨리자 한국은행은 작년부터 지급준비율을 높이고 금리를 높여 과도하게 풀린 돈을 흡수하려 하였다.1년이 지난 지금 시중의 유동성은 한은의 예상과는 달리 더 늘어나 있다. 늘어난 돈이 지금 주가를 연초에 비해 20% 이상 급등시키고 있다. 부동산가격 버블과 마찬가지로 주가버블을 걱정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한은의 긴축정책에도 불구하고 과잉유동성이 줄어들지 않은 원인을 살펴보면, 먼저 늘어난 정부의 토지보상금 지출 때문이다. 정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와 혁신도시 그리고 기업도시 건설을 위해 토지를 수용하면서 지난해 약 20조원의 토지보상금을 지급했다. 금년에도 비슷한 규모의 보상금이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풀린 과잉유동성이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몰려다니면서 자산 가격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외국에서 들어오는 유동성 때문이다. 우리 수출이 늘어나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커질 경우 외국에서 돈이 들어오게 된다. 그러나 이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 금리가 일본 금리보다 높아서 유입되는 자금이다. 즉, 금융기관들이 일본에서 저금리로 차입하는 이른바 엔케리 자금의 유입은 우리 유동성을 늘리는 또 다른 요인인 것이다. 여기에 주가상승으로 인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유입 역시 우리 유동성을 늘어나게 만든다.

이렇게 다양한 원인에 의해 늘어난 과잉유동성을 한은이 금리를 높여 줄이기란 쉽지가 않다. 정부의 토지보상금 지출은 한은의 금리정책과 상관없이 정부가 이를 줄여야만 한다. 더구나 한은이 금리를 높이면 일본과의 금리차이가 커지면서 해외차입이 더 늘어나 시중의 유동성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늘어난 외환공급으로 환율 또한 떨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한은은 지금 금리와 환율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다. 금리를 높여서 과잉유동성을 흡수하려니 해외에서 외환유입이 늘어나 환율이 하락하고 우리 수출이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잉유동성을 줄이려면 한은은 금리를 높여 과잉유동성을 어느 정도 흡수하고, 동시에 정부는 과도한 토지보상금의 지출을 억제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우리 기업이 투자를 활성화해 경기가 살아나도록 하는 것이다. 기업이 투자를 늘리게 되면 과잉 공급된 유동성이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 가격 버블을 만드는 데 가지 않고 건전한 기업투자에 사용되어 과잉유동성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기업투자가 늘어나면 소비가 늘어나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유동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게 되어 과잉유동성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기업투자를 활성화하려면 정부는 무엇보다 먼저 투자환경을 기업에 유리하도록 바꾸어 주어야 한다. 기업의 이윤이 늘어날 수 있게 정부규제를 완화하고 법인세를 인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에 만연한 반(反)기업정서를 불식시켜 주고 기업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과도하고 불법적인 노사분규를 줄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우리는 과잉유동성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 교수
2007-06-1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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