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업무용 신도시 만들어야/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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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05-09 00:00
입력 2007-05-09 00:00
서울 강남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은 수도권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지금과 같이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것도 결국 강남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대체관계에 있는 인접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이 시차를 두고 상승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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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정부는 그동안 보유세 강화를 비롯한 각종 조세정책을 동원했으나 강남 아파트 가격을 잡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를 중심으로 하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국회를 통과하자 강남 재건축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할 경우 막대한 이익이 남는 재건축이 불가능해져 재건축 아파트의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부동산가격이 상승한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그중 가장 큰 원인은 재건축 때문이었다. 한동안 금기시되어 오던 재건축을 지난 정부부터 허용하면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강남지역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재건축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여 강남 아파트의 수요를 줄이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재건축을 통해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방법으로는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킬 수 없다. 한정된 지역에 늘어나는 작은 공급물량으로는 투기적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건축 수요를 줄이기 위해서는 노후 아파트는 층수가 늘어나지 않는 리모델링으로 유도하고, 동시에 최근 국회를 통과한 분양가 상한제와 같이 재건축 수익에 대한 기대를 불식시킬 수 있는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강남의 주택수요를 줄이는 또 다른 방법은 업무용 대체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신도시와는 달리 강남 테헤란로의 상업용 건물을 대체하는, 새로운 직장이 밀집한 업무용 신도시를 수도권에 건설하는 것이다.1990년대 이후 만들어진 분당·일산과 같은 신도시는 주거용이지 업무용 신도시는 아니었다. 신도시에는 주거용 아파트만 있고 직장은 모두 강남에 있기 때문에 강남의 주택 수요는 계속 늘어났던 것이다. 우리 경제는 나날이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새로운 업무용 도시를 수도권에 만들지 않는다면 강남의 업무용 빌딩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직장과 인접한 강남지역의 주택수요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선진국에서는 업무용 신도시를 만들어 늘어나는 도심의 업무용 사무실 수요를 분산시키고 있다. 우리도 과거 강북이 업무용 빌딩의 중심지였으나 강남을 개발하면서 그 수요를 분산시켰던 경험이 있다.

물론 강남에 있는 직장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강남 주택에 대한 선호도는 지금보다 더 높아지지 않을 것이다. 또 강남 아파트가 재건축되면서 막대한 투자이익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강남 주택의 수요도 줄어든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강남의 주택수요가 늘어나는 원인을 차단하는 것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가장 좋은 대책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처방 없이 지금처럼 강남지역의 주택공급을 확대하고 빌딩 신축을 허용하여 강남에 있는 직장 수를 늘어나게 하는 정책으로는 강남과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없다. 그리고 지금과 같이 과도하게 높아진 부동산 가격은 결국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 약화로 귀결돼 미래의 우리 경제를 깊은 수렁으로 떨어뜨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부동산 가격상승은 돈의 가치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빈부격차를 심화시켜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하는 등 사회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또 노동자들은 내 집 마련을 위해 보다 많은 임금을 요구하게 되고, 이는 원가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업무용 신도시 개발을 통해 강남 집값부터 잡아야 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2007-05-0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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