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평등 이제 그만] 롯데백화점의 ‘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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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영 기자
수정 2007-05-08 00:00
입력 2007-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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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롯데백화점은 입점한 업체와 협력업체 등 400개 업체의 관계자들을 불러 ‘깜짝 쇼’를 했다.

롯데백화점은 협력업체와 ‘윈-윈’하겠다면서 몇가지 약속을 했다. 백화점의 ‘횡포’에 대한 ‘반성문’ 격인데, 입점업체들에 악명이 높았던 롯데로서는 놀라운 변신인 셈이다. 롯데는 최근 협력업체 만족도 조사에서 신세계, 현대에 이어 3위였다. 매출 규모로 1위이지만 입점업체와의 관계는 꼴찌다.

롯데의 반성문 내용은 백화점 업계의 고질적인 횡포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 주고 있다. 우선 롯데는 매출 연동 마진조정제를 도입키로 했다. 매출 수준을 협력회사와 합의해 결정한 뒤 초과될 경우 수수료율을 인하해 준다는 것이다. 더 이상 매출을 업체에 떠안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둘째, 백화점과 입점업체가 5대 5로 하는 광고비용의 부담을 줄여 주겠다고 했다. 또한 1년 이내에 매장을 이동해 인테리어 비용이 발생했을 때 일정수준을 보장해 주겠다고 했다. 셋째, 고객 초대 패션쇼나 백화점의 마진율을 대폭 높인 파격가 상품판매 등을 대폭 줄여 주겠다고 했다.

넷째, 백화점 영업사원과 입점업체 ‘영업상무’가 잘못하면 앞으로는 영업사원만 ‘벌’을 받는다. 한 의류업체 영업상무가 백화점 영업사원을 접대하면 과거에는 같이 ‘처벌’받지만, 새로운 규정에서는 백화점 직원만 인사 조치된다. 다섯째, 판매대금을 어음 등으로 지불하던 관행도 개선된다. 여섯째, 매출액을 기준으로 가차없이 적용하던 입퇴점을 지양하고 성장에 주목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롯데 영업직원들은 “사장이 직접 나서서 입점·협력업체들에 약속을 했기 때문에 영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된다.”면서도 “최근 백화점 숫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이렇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내수시장이 살아나면서 새로운 브랜드들이 생겼지만, 올해는 경기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대폭 줄어든 상황이다.

백화점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입점후 매출이 늘지 않는 ‘비효율 점포’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입주업체에서 점포를 빼겠다고 통보하기 때문에 영업직원이 같이 활성화해 보자고 매달리는 일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입점업체들로부터는 롯데의 ‘반성문’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연히 개선돼야 할 ‘횡포’를 두고 생색을 낸다는 분위기다.40%에 육박하는 수수료율을 크게 줄여 주겠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입점업체 관계자들은 “백화점이 그동안 누려 왔던 우월적 지위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문”이라고 평가한다. 그나마 그렇게 과거의 잘못을 깨닫고 개선해 주겠다는 것은 고맙다는 정도다. 입점업체들은 백화점 업계 1위인 롯데의 반성문이 현대나 신세계 등에 영향을 미쳐, 수수료 문제 등이 개선되기를 희망한다. 나아가 백화점에 직매입 형태의 전문매장이 많이 생기기를 바라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2007-05-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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