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부드러워진 김신용의 詩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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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환 기자
수정 2007-04-23 00:00
입력 2007-04-23 00:00
“폐가 앞에 서면, 문득 풀들이 묵언 수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떠올릴 말 있으면 풀꽃 한 송이 피워 내밀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사람 떠나 버려진 것들 데리고, 마치 부처의 苦行像처럼/뼈만 앙상해질 때까지 견디고 있는 것 같은 풀들/…”(‘폐가 앞에서’ 가운데)

지난 2월 시인, 평론가, 문예지 편집인 등은 시인 김신용(62)씨의 연작시 ‘도장골 시편’을 ‘2006년 가장 좋은 시’로 꼽았다.

이전까지 김씨의 시는 생활고에서 비롯된 치열한 실존적 고통을 그려냈지만 ‘도장골 시편’에서는 부드럽게 연마된 장인의 이미지가 느껴진다.2005년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충북 충주의 산골인 도장골로 내려가 1년여간 자연을 벗삼으며 지냈던 시인은 자연에서 자연스럽게 자연적인 시적 언어들을 터득한 듯하다.

시인은 그때 쓴 시 50여편을 묶어 ‘도장골 시편’(천년의시작 펴냄)을 냈다.

“산비탈 가시덤불 속에 찔레 열매가 빨갛게 익어 있다/잡풀 우거진 가시덤불 속에 맺혀 있어서일까?/빛깔은 더 붉고 핏방울 돋듯 선명해 보인다/…”(‘營實’ 가운데).1988년 무크지 ‘현대시사상’으로 등단한 시인은 첫 시집 ‘버려진 사람들’에서 네번째 시집 ‘환상통’에 이르기까지 시장 바닥에 버려진 뼈다귀 같은 소외계층의 실존적 고통을 ‘사신(捨身)공양’하듯 그려내왔다. 빈약한 학력과 가난 등 자신의 밑바닥 체험과 처절한 생활고는 그의 시의 바탕이 됐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2007-04-23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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