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꽃 3천, 부처 3천/최태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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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04-06 00:00
입력 2007-04-06 00:00
“시인은 별을 찾았으나, 까만 나는 까만 하늘이 친근하오.” 이따금 선문답 같은 글을 보내는 친구가 있다. 시골서 유유자적이다. 편지를 받았다. 한지 속 묵향이 선명하다. 오대산 자락 골짜기에 들어가 까만 하늘, 반짝이는 별들과 더불어 산나물을 키우고 싶단다.“화롯불 옆에 두고 나물 안주에 미주(美酒) 즐길 수 있다면, 그 곳이 선경 아니겠소.”

동양화를 하는 친구다. 남종화(南宗畵)계열의 문하다. 글씨도 만만찮다. 난(蘭)그림은 국내에서 손가락에 꼽힌다. 하지만 개인전이건 연합전이건, 전시회는 갖지 않는다. 판매는 당연히 않는다. 정진할 따름이다. 수상경력은 있다. 젊은 시절이다. 국전 등 유수 전람회에서다. 강권 때문이었다. 동문들의 명예를 위해 ‘품앗이’했단다.



이 친구 요즘 심기가 불편한가? 하지만 이내 나에게 어지러운 게 없는지 운을 띄웠다는 생각이 든다. 답장을 보냈다.“세상사 돌아보면, 아파하거나 노여워할 일이 얼마나 되겠소?” 그러면서 지인으로부터 받았던 화두를 전했다.“뒤돌아보니 꽃 3천, 부처 3천이더라.”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2007-04-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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