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파잡기/한재락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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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면 기자
수정 2007-03-31 00:00
입력 2007-03-31 00:00
“취란은 피부가 차가운 옥처럼 투명하고, 손가락은 가는 파를 깎아놓은 듯하다. 몸집은 입은 옷도 못 이길 듯 가냘프다. 성품이 담담하여 물욕이 없다.”

19세기 조선의 한량 한재락이 평양기생 취란(翠蘭)을 평한 글이다. 개성의 명문가 출신이지만 낙방거자(落榜擧子) 신세가 된 그는 시·서·화에 능한 당대 기생들의 삶과 예술에 이끌려 숱한 평양 기생들을 만났다.‘녹파잡기’(한재락 지음, 이가원·허경진 옮김, 김영사 펴냄)는 그가 직접 만난 평양 기생 66명의 풍류와 사랑을 문학적으로 풀어낸 책이다. 기생 화월(花月)에 대한 묘사는 한 편의 문학소품이다.“우리는 함께 대동루에 올랐다. 기다란 길은 숫돌처럼 빛나고 강물 빛은 비단을 펼친 듯 반짝였다. 그녀는 쪽머리에 꽂았던 은비녀를 빼들고 난간을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다. 노랫소리가 구슬을 꿰듯 이어져 허공에 흩어지자, 모래톱의 갈매기가 놀라 날아오르고 지나가던 구름이 멈춰 섰다.” 조선시대 기생과 기방을 소재로 한 첫 산문 단행본.1만 1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2007-03-3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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