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위서 1위’ 역전드라마…세계가 놀랐다
김영중 기자
수정 2007-03-26 00:00
입력 2007-03-26 00:00
박태환 자유형 400m 金 순간
# 스타트 굿!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이 열린 호주 멜버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 검정색 반바지 수영복에 흰색 셔츠를 입고 출발선에 나타났다. 헤드폰을 끼고 가수 ‘아이비’의 노래를 들으며 긴장을 가라앉히는 모습은 여전했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한 손을 번쩍 들어 답한 박태환은 5번 레인에 자리했다. 출발 신호가 울리자 물개처럼 유연하게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8명 선수 가운데 가장 빠른 0.68초. 승리의 전조가 보였다.
# 도약을 위한 웅크림
그러나 역시 세계의 강자들은 달랐다. 예선 1위였던 피터 밴더케이(미국)가 초반부터 치고 나가 50m 지점을 26초01로 통과하며 1위에 나선 것. 박태환은 26초19로 4위에 그쳤다. 그랜트 해켓(26초18·호주)은 3위로 박태환보다 한 발 앞섰다.
100m도 55초00으로 4위에 그친 박태환은 연신 몰아쳤지만 150m도 1분23초83,4위에 머물렀다.100m를 54초80으로 턴하며 2위로 올라선 해켓은 ‘수영 황제’다운 모습을 보이며 단숨에 150m 지점에서 1위로 올랐다.200m까지도 박태환은 4위.
위기는 250m 지점에서 왔다. 박태환이 유리 프리루코프(러시아)에게 밀리며 5위로 내려앉았다.‘역시 세계 수영의 벽은 높다.’라는 탄식을 자아내게 했다.300m도 2분50초39에 그치며 해켓을 제치고 1위로 역영하고 있는 우사마 멜루리(2분49초23·튀니지)에 1초가량 뒤져 금메달이 물 건너간 것으로 여겨졌다.
# 기적의 드라마
350m를 통과하자 박태환은 기적을 만들었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로 물살을 더욱 거세게 갈랐다. 승부사 기질을 여지없이 발휘한 것. 박태환은 3분18초24로 밴더케이(3분18초83)를 밀어내며 4위로 복귀했다.
결승점 30여m를 앞두고 믿기지 않는 막판 스퍼트를 펼쳤다.8번 레인의 해켓을 따돌리는가 했더니 어느새 1위를 달리는 6번 레인의 멜루니도 따라잡았다.
이들은 ‘18세 괴물’의 역영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다. 관중석에서는 탄성이 쏟아졌다.
박태환은 2위 멜루리를 0.82초차 앞서며 터치패드를 찍었다. 한국 수영 사상 최초의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하는 극적인 순간이었다.
박태환은 고개를 돌려 전광판을 보고 우승을 확인한 뒤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었고 환호성도 질렀다. 정상을 정복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차분하게 동료들과 악수도 나눴다.
김영중기자 jeunesse@seoul.co.kr
2007-03-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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