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쾌한 봉주씨’
18일 서울 광화문∼잠실 코스에서 열린 2007서울국제마라톤 겸 제78회 동아마라톤대회 남자 풀코스(42.195㎞) 레이스에서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삼성전자)에게 고비가 찾아온 것은 잠실대교를 건너는 36㎞ 구간.2시간8분29초의 개인기록을 갖고 있는 폴 키프로프 키루이(케냐)가 이봉주를 제치고 속도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
한 때 둘의 간격은 50m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이봉주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만 따라가면 나중에 붙잡을 수 있다고 믿었다고 그는 경기 뒤에 돌아봤다. 페이스를 유지하며 기회를 엿보던 이봉주는 40㎞를 막 지난 잠실종합운동장 사거리에서 따라잡기 시작,40.65㎞ 지점에서 키루이를 따돌린 뒤 막판 스퍼트해 2시간8분04초로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생애 35번째 풀코스 완주였다.2001년 보스턴 마라톤 제패 이후 이봉주로선 6년 만의 국제대회 월계관.2000년 도쿄마라톤에서 세운 자신의 한국기록(2시간7분20초)에는 44초 뒤졌지만 역대 한국 4위에 해당하고, 국내 대회에서 한국 마라토너가 세운 최고 기록이었다. 이번 기록은 이봉주 개인 통산 세번째이며 올시즌 세계 마라톤대회 최고 기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봉주 우승의 값진 의미는 기록보다는 침체의 늪에 빠진 한국 마라톤에 희망을 던지며 분발을 촉구한 데 있다. 본인도 경기 뒤 “후배들이 케냐 등 아프리카 선수들에게 주눅들지 말고 좀 더 투혼을 발휘하고 연습량도 늘렸으면 좋겠다.”고 따끔하게 조언했다.
이봉주의 우승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지를 결정하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케냐 몸바사 총회를 아흐레 앞둔 시점에서 대구의 유치 노력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봉주가 ‘마라톤 왕국’ 케냐의 철각들과 당당히 겨뤄 올해 최고 기록으로 우승한 것은 투표권을 갖고 있는 IAAF 집행이사들에게 자랑할 얘깃거리인 셈.
23일 케냐로 출국하는 신필렬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이 대회 중계화면을 따로 편집해 들고가겠다고 밝힌 것도 ‘마라톤 강국, 육상강국 한국’을 알리려는 전략이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