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폭력의 21세기’ 냉소적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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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면 기자
수정 2007-03-09 00:00
입력 2007-03-09 00:00
1988년 한편의 소설이 전 세계를 들끓게 했다.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하마드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그의 열두명의 아내를 창녀에 비유해 출간 즉시 격렬한 논란에 휩싸인 살만 루슈디(60)의 ‘악마의 시’가 바로 그것이다. 루슈디는 이슬람교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이란 정부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았고, 영국은 이 사건으로 이란과 단교했다. 루슈디 지지 사설을 실은 미국의 한 신문사는 폭탄테러를 당했고, 이 책의 일본어 번역가는 살해됐다.

‘분노’(김진준 옮김, 문학동네 펴냄)는 이 문제적 작가가 2001년에 발표한 액자소설 형식의 작품이다.

인도 뭄바이의 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이주, 케임브리지대 킹스칼리지에서 역사를 공부한 루슈디는 신화와 현실을 넘나드는 환상적인 필치와 장중한 문체를 구사하는 세계적인 작가다. ‘분노’는 루슈디가 영국 도피생활을 청산하고 뉴욕으로 건너가 쓴 첫 작품. 작가는 이 소설에서 ‘분노와 폭력의 21세기’를 냉소적으로 그린다.

케임브리지대 사상사 교수인 말릭 솔랑카는 학문적인 삶에 염증을 느끼고 종신교수직을 내던진다. 학교를 그만둔 그에게 뜻하지 않은 기회가 온다. 인형들이 나와 대담을 나누는 방송사 철학 프로그램의 기획을 맡게 된 것이다. 하지만 솔랑카는 자신이 만든 인형이 저속한 대중의 아이콘으로 변질돼 가는 것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그러던 어느날 인형 때문에 아내와 말다툼을 벌인 뒤 살인충동을 느낀 그는 자신의 모습에 충격을 받고 홀로 미국으로 떠난다. 그러나 모든 과거가 사라지고 현재만 있을 것 같은 미국에서도 끊임없이 주체할 수 없는 분노에 사로잡혀 방황을 거듭한다. 평생 죽음의 위협 속에 떠돌아야 했던 작가 자신의 내면을 읽는 듯하다.1만 4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2007-03-09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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