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병 6년 명암] <상> 중동 파병 뭘 얻었나
이세영 기자
수정 2007-03-06 00:00
입력 2007-03-06 00:00
정부는 지난해 12월 아프간 주둔 다산·동의부대의 파견기간을 1년 연장하는 내용의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결과론적 가정이지만 정부가 당초 예정대로 아프간 주둔군의 철군을 결행했더라면 윤 하사의 애꿎은 죽음도 피할 수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가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투입될 파병연장을 추진하면서 그에 걸맞은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세계평화와 안정 기여 ▲한·미 동맹관계 개선 ▲파병효과 제고 등을 내세웠지만 파병에 반대하는 논리를 압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파병연장동의안, 국회도 국민도 속았다?
파병부대의 역할에 대해 국민들의 오해를 유도·방치했다는 의혹도 ‘정부 책임론’을 부추기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말 보도자료를 통해 다산부대의 파병연장이 필요한 이유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아프간 국민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구호 및 재건 임무가 내년도까지는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군과 다국적군을 위한 시설 개·보수가 주임무인 다산부대가 마치 전후복구와 재건을 위한 부대인 것처럼 호도한 것이다. 국회 본회의에 제출된 동의안 원문도 다산부대에 대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인도적 차원의 재건을 지원하고 있는 국군건설공병부대”라고 명시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국회 회의록을 보면 의원들조차 아프간 파병의 목적이 재건지원활동인 것으로 오해한 기색이 역력하다.”면서 “이 때문에 상임위와 본회의에서도 아프간 파병연장은 찬반토론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병으로 한국 이미지 악화” 정부도 인정
이 같은 점은 군이 해외재건·지원활동의 전범으로 홍보하고 있는 이라크 자이툰부대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명색이 ‘재건지원부대’인 자이툰부대의 지난해 재건지원예산은 99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주둔을 위한 주둔아니냐.’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이라크 추가파병이 중동국가들과의 우호증진에 기여할 것이라던 정부의 전망도 빗나가고 있다. 서울신문이 지난달 입수한 외교통상부의 지난해 11월29일자 대외비 문서에서 정부는 레바논 평화유지군 참여의 이점 가운데 하나로 “이라크 파병 등으로 아랍권에서 친미성향으로 인식되고 있는 우리의 대외관계를 교정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라크 파병이 중동지역에서 한국의 국가 이미지에 부정적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유일한 과실은 軍 해외경험 축적”
참여정부 초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파병논의에 참여했던 외교·안보 소식통은 이를 두고 ‘아마추어적 안보 실용주의’라고 꼬집었다. 한반도 전쟁위기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이라크에 파병하고, 이라크 파병의 문제점을 시정한다며 레바논에 파병하는 식의 ‘아랫돌 빼 윗돌 쌓기’라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면서 약속했던 ‘경제적 특수’에 대한 약속도 현재로선 실현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실제 정부의 약속을 믿고 많은 기업들이 아르빌 등 한국군 파병지역의 재건사업 진출을 타진했지만 치안악화를 우려한 정부의 만류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김정훈 성공회대 연구교수는 “사실상 파병으로 이익을 챙긴 곳은 해외 작전경험을 축적하고 대규모 파병으로 국제적 위상을 제고한 군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2007-03-0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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