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低에도 차값 꿈쩍않는 ‘렉서스의 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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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현 기자
수정 2007-02-20 00:00
입력 2007-02-20 00:00

내비게이션 장착 되레 가격 인상

한국도요타가 엔화가치 약세에도 불구하고 차값 인하 불가 방침을 고수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차값을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올 들어 슬그머니 올려 ‘도요타 정신(고객 우선)’에 역(逆)주행한다는 지적이 많다.

1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기라 다이조 한국도요타 대표이사는 최근 “엔화 약세를 반영해서 차값을 내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수입차 베스트셀러인 렉서스(일본 도요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ES350이 국내에 들어온 것은 지난해 4월. 수입가격은 6360만원(슈페리어급)이었다. 당시 원·엔 환율은 100엔당 807원. 이후 원·엔 환율은 계속 떨어져 780원대(16일 종가 783원)로 내려앉았다. 종가 기준으로 3% 하락했다. 이 차익은 고스란히 한국도요타측에 돌아간다. 엔화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회사측은 “수입대금을 원화로 결제하는 만큼 환율 변동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수입가격은 환율 수준 등을 종합해 결정하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국내 렉서스 가격은 미국·일본 동일모델 판매가보다 70%가량이나 비싸다.

그런데도 한국도요타는 지난달 19일에는 차값을 올리기까지 했다.ES350은 160만원(6360만원→6520만원),RX350은 300만원(6960만원→7260만원)씩 각각 올렸다. 내비게이션을 새로 달았다는 게 인상 이유다.

하지만 환율 하락에 따른 ‘무형의 실익’이 있는 만큼 부품값 인하나 사양(옵션) 무료 추가 등을 통해 어떤 형태로든 고객에게 혜택을 돌려줘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산업연구원 조철 연구원은 “엔화 약세가 3년째 계속되고 있어 일본차 가격인하 요인이 있다.”면서 “한국도요타는 차값을 내려 시장점유율을 높이기보다는 실속(수익성)을 챙기는 게 낫다고 계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저가 수입차 시장이 커지는 데도 야리스 등 도요타의 대중모델을 들여오지 않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렉서스 고객이 가격에 썩 민감하지 않다는 점도 한국도요타의 ‘고(高)자세’를 유발한 것으로 여겨진다. 조 연구원은 “한국도요타측은 최소한 부품값을 내리거나 서비스를 개선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2007-02-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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