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대 폭력범죄 선도만이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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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12-23 00:00
입력 2006-12-23 00:00
중3 여학생들이 친구를 마구 때리고 교복 상의까지 벗기는 동영상이 엊그제 공개됐다. 이달 초에는 10대 10여명이 여자 친구를 아파트에 감금, 폭행하자 피해자가 달아나려고 3층에서 뛰어내린 일이 있었다. 가해자들은 척추를 다친 친구를 병원에 데려가기는커녕 다시 끌고가, 신고하지 말라고 협박한 뒤 3시간30분 후에야 풀어줬다. 피해자는 영구 장애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10대 폭력이 갈수록 흉포해지고 저연령화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며칠 전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발표한 자료만 보더라도 초등학생 가운데 올해 폭력 피해를 입은 아이는 전체의 17.8%인 33만여명이나 됐다.6명중 한명꼴로, 피해 규모가 5년새 두배 넘게 커진 것이다. 게다가 여학생들 사이의 폭력도 남학생들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학교 폭력을 비롯한 10대 폭력이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한다.

우리사회는 그동안 10대가 저지른 폭력범죄를 관대하게 처리해 왔다. 성장 과정에 있는 만큼 교화해서 바른 길로 이끌자는 취지였다. 이 원칙은 앞으로도 당연히 지켜야 한다. 하지만 그 원칙이 현행대로 운용되는 게 옳은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현실에서 피해자는 자살하거나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전학을 가지만 가해자는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아 악순환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집단폭행에 시달리다 자살한 ‘충주 여고생’ 사건에 대해 1심 법원은 지난 6월 가해 여고생 4명에게 징역 6∼8월을 선고했다.‘동영상 사건’의 주범도 형사 처벌될 전망이다.10대 폭력범을 형사 처벌하는 게 능사는 아니지만,‘남에게 치명적 피해를 입히면 나도 상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사회적 약속을 이제는 어린이·청소년에게 가르쳐야 한다.

2006-12-2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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