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자료집 통해본 주택정책
●16년 전 그때와 지금, 달라진 게 없다
전국의 부동산 투기 광풍을 속절없이 바라보며 땅이 꺼져라 한숨짓는 2006년의 서민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1990년 발간한 ‘경실련 출범 1주년 기념 자료집’에 나타난 16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당시 경실련이 주력했던 문제는 집값 안정과 임대료 인상 규제.‘무주택자문제대책본부’를 운영하면서 부동산 투기 억제와 주택 공급 확대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지금은 이름만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로 바뀌었을 뿐 달라진 것은 없다.90년 3월4일 서울 여의도광장(현 여의도 공원)에는 세입자와 경실련 회원 3000여명이 ‘임대료 인상 규제 촉구 시민대회’를 열었다.
부동산 투기 세력에 서민들의 내집 마련은 멀어지고 봄 이사철을 맞아 전·월세값이 폭등했다. 아이를 등에 업은 주부가 피켓을 들고 집회에 참석할 정도로 당시 서민들은 벼랑 끝에 내몰렸다.
●두 달 동안 세입자 17명 자살
같은 해 4월28일 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희생 세입자 합동 추도식’이 열렸다.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내놓았지만 두 달 남짓한 기간 동안 17명의 세입자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었다.
경실련 자료집에는 월세 보증금 50만원이 남은 재산의 전부였던 40대 가장의 유서가 실려 있다. 부모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것이 불효임을 알지만 가족과 동반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절절한 사연이 대학노트 5장에 빼곡히 적혀 있다.‘정치하는 자들, 특히 경제 담당자들이 탁상공론으로 실시하는 경제 정책마다 빗나가고 실패하는 우를 범하여 가난한 서민들의 목을 더 이상 조르지 않기를 바란다.’는 내용은 2006년의 관료와 정치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급 확대하겠다” 같은 소리 반복하는 정부
당시 경실련은 ‘세입자협의회 결성 선언문’에서 정부의 미약한 개혁 의지가 투기심리를 부추겨 주택가격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신뢰받지 못하는 현 정부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당시 자료집 편집을 맡았던 박병옥 현 경실련 사무총장은 “그 당시 작성했던 성명서나 보도자료를 보면 15년이 넘도록 이렇게까지 변화가 없을 수 있나 싶어 허탈하다.”면서 “평생직장 개념까지 사라졌고 부동산 투기에 일부가 아닌 전 국민이 뛰어든 지금이 그때보다 훨씬 더 나쁜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