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력통한 北정권교체 없다는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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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기자
수정 2006-11-20 00:00
입력 2006-11-20 00:00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한국전의 종료를 선언할 수 있다.”는 18일 미국의 입장 발표는, 과거에 비해 전향적인 자세 변화로 일단 평가된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무력을 통한 북한 정권 교체를 포기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김정일 정권의 최우선 걱정거리를 겨냥한 제스처란 점에서,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하기 위해 거의 마지막 카드를 내놓은 셈이다.

종전선언 제안의 의미

한국전은 지난 1953년 ‘종전’(終戰)이 아닌 ‘정전’(停電)상태로 마무리됐다.‘언제든 전쟁 재개가 가능한 상태’로 정리됐다는 의미다. 때문에 북한은 세계의 절대강자인 미국으로부터의 체제 전복 위협을 느껴왔다. 북한이 줄곧 ‘정전체제→평화체제 전환’ 주장을 펴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미국은 북한의 태도 변화가 우선이라며 평화협정 체결에 소극적이었다. 지난해 ‘9·19 공동선언’에서 “별도 포럼에서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다.”라는 식의 다소 긴장감이 떨어지는 수준의 문구에 그친 것도, 미국이 이 문제를 북·미관계 개선의 최후 수순으로 여기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던 미국이 갑자기 자세를 고쳐앉은 데는, 김정일 정권에 대한 체제보장 정도의 당근이 아니고는 이미 손에 쥔 핵을 포기토록 할 방도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자위권’을 핵 보유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북한에 자위권이 불필요해지는 상황을 제시함으로써 명분 자체를 포기토록 유도하는 노림수인 셈이다.

한국국방연구원 백승주 박사는 “북핵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보다 진전된 언급”이라며 “교전상태를 청산해 체제안전을 보장하고 북·미 관계를 정상화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선문대 북한학과 윤황 교수도 “한국전 종료를 선언하겠다는 것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면서 “북한을 군사·안보 협의상대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종전선언 현실화될 수 있을까?

하지만 실제로 종전선언에 이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선(先) 핵포기와 북한의 선 평화협정 체결 요구가 맞설 경우 ‘시차적으로’ 이를 어떻게 정리할지가 난제가 될 수 있다. 이 “네가 먼저”의 문제는 그동안 북핵 협상의 길목에서 번번이 발목을 잡아온 ‘시시포스의 형벌’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 협의의 장이 마련된다 해도, 한국 입장에서는 여기에서 반드시 주도적인 자리를 점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정전협정 체결 당시 서명국이 미국, 북한, 중국 등 3자라는 점을 들어 북한이 남한을 배제하려 들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협상이 잘 돼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이 완료될 경우 유엔군의 한국 주둔 근거가 약해지는 등 반세기 넘게 지속돼 온 한반도 안보지형에 일대 변환이 예상된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2006-11-2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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