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총제’ 앞둔 배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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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일 기자
수정 2006-11-14 00:00
입력 2006-11-14 00:00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간부회의에서 윤동주의 ‘서시’를 읊었다.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개편을 둘러싸고 ‘사면초가’에 빠진 그의 심경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재계는 말할 것도 없고,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도 권 위원장과 엇박자로 나가자 불편한 심기를 대변했다고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분석했다. 특히 14일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하는 관계장관 회의를 하루 앞두고 마치 ‘출사표’를 던진 것처럼 비쳐졌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권 위원장은 이날 “지난 주말 서시를 읽었는데 가슴에 와 닿았다.”면서 시를 읊었다. 간부회의에 참석한 한 직원은 “부끄러움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고 이어지는 대목에서는 숙연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상용 공정위 기획홍보본부장은 “위원장은 주말에 있었던 일들을 늘 간부회의에서 말하곤 했다.”면서 확대 해석의 자제를 당부했다. 하지만 권 위원장이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고 끝까지 읽었다는 점에서는 ‘의도된 이벤트’라는 지적이다.

권 위원장은 ‘출총제 축소 유지와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라는 대안을 제시했다가 재계로부터 ‘이중족쇄’를 채운다는 반발을 샀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기업부담을 완화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권 위원장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 경제분야 질의·응답에서 한명숙 국무총리도 “권 위원장이 순환출자를 규제해야 한다는 기대를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해 공정위를 궁지로 몰았다. 일각에선 공정위의 ‘밥그릇 챙기기’로 폄하했다. 이 때문에 권 위원장의 뜻이 꺾일 경우 자칫 위원장직을 고사할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자존심과 고집이 워낙 세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14일 경제부총리와 산업자원부 장관 등이 참석해 열릴 관계장관 회의에서도 결론이 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경부의 고위 관계자는 “권 위원장이 학계에 있을 때에는 독과점 등 시장경쟁에 비중을 뒀는데 취임 이후 재벌 규제에 더 무게를 싣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언론식 표현인 ‘경제검찰의 수장’에 매몰되는 게 아니냐고 덧붙였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2006-11-1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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