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성벽 허문 女과학도 ‘희망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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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 기자
수정 2006-11-04 00:00
입력 2006-11-04 00:00

과학해서 행복한 사람들

과학 앞에는 여성도 남성도 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학에서 남학생들과 동등한 교육을 받으며 과학자의 꿈을 키우던 여학생들이 대학원과 사회에 진출하면서 하나둘씩 과학계에서 사라진다. 오늘날 과학기술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들은 이들 중 살아남은 소수이고, 과학을 해서 행복한 여성들이다.

‘과학해서 행복한 사람들’(APCTP 기획, 사이언스북스 펴냄)은 과학계라고 하는 거친 세계에 내던져진 여학생들에게 역할 모델이자 조언자가 되어 줄 성공한 과학자를 만나게 해주자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책이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를 팀장으로 한 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APCTP) 과학커뮤니케이션팀이 기획한 ‘세계의 여성 과학자를 만나다’ 프로젝트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프로젝트를 위해 세계를 무대로 활약 중인 선배에게 성공의 비결을 묻는 인터뷰어로서 과학을 사랑하고 전공한 야심만만한 여학생 5명이 선발되었다. 안여림·윤지영·윤미진·안은실·손혜주. 이들은 2년여에 걸쳐 서울과 도쿄, 뉴욕, 워싱턴, 시카고를 돌면서 ‘행복한 선배 과학자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를 책으로 정리했다.

이들이 만난 사람들은 가와이 마키 일본 이화학연구소 리켄표면화학연구실 주임연구원, 김명자 국회의원, 지나 콜라타 뉴욕타임스 과학전문기자, 서은숙 메릴랜드대 천체물리학과 교수, 김영기 시카고대 입자물리학과 교수, 노정혜 서울대 분자생물학과 교수, 김유미 삼성SDI 임원 등 7명이다.

표면 화학분야의 국제적 권위자인 가와이 마키 교수가 강조하는 것은 “절대 포기하지 말고, 세상을 믿으라.”는 것.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기회는 알아서 찾아온다고 이야기한다. 연구와 가정 생활을 병행하는 어려움에 대한 그의 낙관적인 태도도 놀랍다.“집에 돌아오면 식사 준비하고 아이들을 돌보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연구에서 완벽하게 빠져나와 주의를 딴 데로 돌릴 수 있게 됩니다. 다음날 출근해선 가정일을 잊고 연구에 몰두하지요. 내겐 그런 생활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나 콜라타 과학전문기자는 “자기 꿈을 따르라.”고 조언한다. 이제 남녀간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환경적인 요인은 별로 없고, 대부분의 직업은 뛰어난 능력만 있으면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원래 수학자가 되려고 했지만 창조적 재능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단다. 반면 글쓰는 것도 좋아했기 때문에 과학전문기자의 길을 걷게 됐다. 글을 통해 과학을 다루고, 과학과 일반인들이 소통하는 통로의 역할에 그는 행복해 한다.

김영기 교수는 현대 물리학의 비밀을 밝혀낼 ‘힉스 입자’를 추적해내는 실험을 미국에서 이끌고 있으며, 이를 통해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한국인이라는 평을 받는다. 그는 “내가 공부할 때는 분명 차별이 많았겠지만, 그런 것에 반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다. 그런 문제에 너무 민감하면 오히려 자기가 손해를 본다.”며 의미있는 충고를 해준다.



노정혜 교수는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지 말라.”고 한다. 일단 좋아하는 길을 찾았으면 마음을 들여 끝까지 밀고 나가라. 그럼 분명히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확신한다. 과학을 선택해 행복한 이들의 속깊은 이야기들이 잔잔한 울림을 주는 책이다.1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2006-11-0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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