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에도 ‘영어 광풍’
이재훈 기자
수정 2006-10-18 00:00
입력 2006-10-18 00:00
한 학부모는 “캠프에 다녀온 아이들이 못간 우리 아이에게 자랑을 늘어 놓아 속이 상했다. 학교가 나서서 이렇게 위화감을 조성해도 되는 것이냐.”고 말했다.
●사설 유학원 美캠프보다 200만원 비싸
이 학교 이모 교장은 “위화감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적은 인원이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어차피 대학생이건 고등학생이건 해외연수를 가는 아이도 있고 못 가는 아이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온 나라를 덮고 있는 ‘영어 광풍’이 공교육 현장으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값비싼 해외 영어캠프를 직접 운영하는 초등학교가 생겼는가 하면 어떤 학교는 수백만원에 이르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간 위화감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노원구의 사립 H초등학교는 뉴질랜드 오클랜드 인근의 자매결연 학교에 매년 네 차례 교환학생을 보내 영어공부를 시키고 있다.11주 코스다. 한국에서 놓치게 될 학습진도는 동행교사가 맞춰준다. 이달 8일 시작한 올해 마지막 프로그램에도 5명이 참석했다. 한달에 300만원 정도로 11주면 얼추 800만∼900만원이 든다. 이 학교 정모 교장은 “5∼6학년 30∼40명 정도가 미국·캐나다 등지로 어학연수를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로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들이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며 자매학교로 보내달라고 요청해 시작했다. 학부모들이 학교에서는 영어교육이 제대로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니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인천 남동구의 사립 S여중도 마찬가지.2년 전부터 매년 2월 호주 시드니 인근의 학교로 보름 일정의 영어 체험학습을 보낸다. 비용은 260만원 정도로 올 2월에는 20여명이 다녀왔다. 학교 관계자는 “비교적 싼 중국 어학연수보다 학생 숫자는 적지만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당국 “사립학교 과외활동 제재 못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고가의 해외 영어캠프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사립학교의 과외활동에 대해 교육당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장학지도나 권고 정도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고려대 교육학과 김성일 교수는 “단기로 진행하는 영어캠프식 교육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증명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공교육 기관들이 앞장서 아이들을 데리고 해외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보다는 어떻게 하면 학교 안에서 전체 아이들에게 효율적으로 영어공부를 시킬 수 있을지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2006-10-1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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