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속아주기/곽태헌 산업부장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6-10-16 00:00
입력 2006-10-16 00:00
며칠 전 출근을 위해 아침 7시쯤 지하철역에 들어섰다. 남녀 두명이 쪼그리고 앉아있었다.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오더니 “어젯밤 영화를 보는 도중에 지갑을 잃어버렸다.”며 (지하철)차비를 달라고 했다.

그 말에 별로 신뢰성은 보이지 않았지만 속는 셈 치고 2000원을 건네줬다.“(편도)1500원”이라는 남성의 말에 1000원을 더 줬다.

차비를 준 뒤 지하철을 타러 가면서 뒤를 돌아봤다. 둘이 웃으면서 좋아하고 있었다. 집에 무사히 가게된 것을 기뻐하는 것인지, 남을 감쪽같이 속인 것을 좋아하는 것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지하철 속에서도 그렇고 거리에서도 그렇고, 어려운 사정을 얘기하거나 작은 종이에 글을 써서 돌리면서 “도와달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어려운 것처럼 위장해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못된 사람도 적지 않을 듯싶다.

살다 보면 몰라서 속는 경우도 있지만, 알면서 속아주는 경우도 꽤 많다. 그것도 모른 채 남을 속였다고 희희낙락할 일은 아니다.

곽태헌 산업부장 tiger@seoul.co.kr
2006-10-16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