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號’ 성장 모멘텀 상실
이창구 기자
수정 2006-09-15 00:00
입력 2006-09-15 00:00
국제통화기금(IMF)은 14일 세계경제전망에서 내년도 우리 경제가 4.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4월 4.5%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떨어졌다. 올해에는 당초와 같은 5% 전망을 유지했다.
하지만 내년도 세계 경제는 당초 전망치보다 0.2%포인트 올라간 4.9%로 상향 조정했다. 중국은 1%포인트, 일본도 0.1%포인트 높게 잡았다. 물론 미국은 당초보다 0.1%포인트 낮은 2.7% 성장으로 점쳤으나 올해의 3.1%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경상수지 흑자가 지난해 2.1%에서 올해 0.4%에 이어 내년에는 0.3%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와 타이완, 홍콩, 싱가포르의 성장률은 올해 4.9%에서 내년 4.4%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수출에 의존한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뜻이다.
IMF는 한국 등이 인플레이션 정책 때문에 환율의 유연성이 높아졌으나 최근 성장에서 내수가 점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에 비춰 민간투자가 상대적으로 약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결국 투자설비의 부족과 이에 따른 일자리 창출의 미비, 소득 감소와 소비 부진이라는 악순환의 가능성을 지적한 셈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선 기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개혁이 아주 중요하며 지역을 넘나드는 자본시장의 통합과 규제완화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노동과 자본 투입을 통한 지금까지의 생산성 증대가 한계에 부딪혀 성장동력의 모멘텀을 잃기 시작했다.”면서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창출하기에 앞서 저출산·고령화에다 고유가 등의 악재가 겹쳤다.”고 우리경제의 한계를 시인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신용상 연구위원은 “IMF가 한국 경제의 전망치를 낮춘 것은 한국 경제에 위험 요인이 많고 추가적인 성장잠재력을 낮게 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국내 민간연구소들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중국 등 아시아권보다 훨씬 낮게 전망된 것은 경제 규모가 이미 커진 탓도 있지만 추가적인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 데에 1차적인 원인이 있다.”면서 “세계경제의 여건에 따라 수출이 유동적인 측면을 감안하면 기업의 투자부진 등 내수가 부족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외국계 투자은행의 고위관계자는 “외국자본에 대한 맹목적인 거부감으로 외국의 전략적 투자까지 막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면서 “실제로 많은 투자자들이 한국으로 오려다 중국으로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완화를 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제도개선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투자를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정부 입장에서는 투자 시기를 조정하면 될 것 같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앞서 정부기관인 금융감독원은 안정적인 성장이 지속될 것이란 정부의 공식입장과 달리 경기에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놓았다. 금감원 거시감독국은 국회에 제출한 ‘6월중 실물경제 동향’에서 “우리 경제가 고유가와 금리 및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기업의 투자심리마저 악화되고 있다.”면서 “하반기 중 소비와 설비투자가 동반 부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속적으로 둔화세를 보여온 경제 성장률의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는 삼성경제연구소가 4.3%, 한국금융연구원이 4.1%로 내년 경제성장률을 전망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백문일 이창구기자 mip@seoul.co.kr
2006-09-1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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