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검은 커넥션”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6-08-24 00:00
입력 2006-08-24 00:00
상품권을 발행할 자격이 안되는 업체들이 폭력 조직이 개입된 게임업소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아 발행요건도 충족시키고 로비자금으로도 사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제도의 허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대기업 등에서도 비자금 조성을 위해 상품권 발행 사업 참여를 적극 모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지 확대
서울에서 대형 게임업소 여러 곳을 운영하며 업계의 ‘큰손’으로 알려진 K모씨는 23일 기자와 만나 “현재 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는 한 업체가 나같은 업주들로부터 돈을 모아 떳떳하지 못한 곳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업체에서 나를 비롯해 업주 200∼300명에게 상품권 30만∼40만장씩을 먼저 건네는 대가로 돈을 요구했다.”면서 “로비 등 비정상적인 용도에 사용하기 위해 돈을 모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상품권 발행업체 대부분이 자본잠식에까지 이르렀던 상태에서 상품권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에 대해 현재 경품용 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는 업체 관계자는 “최소 4개 회사는 업주들로부터 미리 돈을 받고 상품권을 건넸다.”면서 “이 가운데는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대기업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K씨는 또 “상품권만큼 돈세탁과 비자금 조성에 적합한 사업이 없다.”면서 “몇몇 알 만한 기업이 상품권 발행사업의 동업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발행업체는 정관계 로비 등에 쓰일 ‘검은 돈’을 게임업소들로부터 거둬들여 로비를 벌였고 게임업소들은 발행업체로부터 미리 건네받은 상품권을 한번 사용하면 다시 게임에 사용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어긴 채 다시 게임에 사용하는 ‘돌려쓰기’를 하면서 세금을 포탈했다는 것이다. 그는 “공식적으로 상품권 규모가 30조원대지만 실제 유통되는 것은 40조원이 넘어 지정업체 19개만으로는 수요를 충족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씨는 “업체관계자들로부터 현재 언론에 오르내리는 인사와 자리를 함께하자는 제안도 받았다.”면서 “발행업체들이 상품권 지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인사들과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비일비재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어 “조폭을 끼지 않고서는 많은 돈을 끌어모을 수 없다.”면서 “배후에서 돈을 대주는 경우도 있지만 조직원이 이사로 등재돼 경영에 참여하는 업체도 있다.”고 귀띔했다.

나길회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2006-08-24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