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만대감독 공포영화 데뷔작 ‘신데렐라’
최여경 기자
수정 2006-08-17 00:00
입력 2006-08-17 00:00
친구처럼 다정한 모녀인 성형외과 전문의 윤희(도지원)와 고등학생 딸 현수(신세경). 외모에 관심이 많은 현수의 친구들은 윤희를 찾아가 수술을 받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만, 곧 알 수 없는 환영에 시달리고 급기야 죽음으로 치닫는다. 이상한 일이 계속되자 현수는 윤희가 출입을 금지한 지하실로 찾아가고, 사진을 한 장 발견하면서 모녀 사이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는 특별한 반전없이 술술 전개된다. 최근 몇년간 한국 공포영화들이 보였던 ‘알고 보니 이런 거였어. 몰랐지?’식의 반전 강박증이 적어도 이 영화엔 없다. 덕분에 관객이 머리를 굴려야 하는 피곤함은 덜었다. 하지만 지나친 친절은 드라마의 재미를 누리려는 관객에겐 ‘독’이다. 매사를 또박또박 설명해주려는 영화는 시종 요철없이 밋밋한 느낌으로만 일관한다. 모처럼 스크린 나들이한 도지원의 연기와 신세경의 성숙미가 돋보이지만, 그것만으로 공포영화의 재미를 보전하기엔 아무래도 역부족이다.
시청각의 지나친 자극을 부담스러워한다면 이 영화는 나름의 미덕이 있다. 초반 스크린에 피가 흥건하긴 하지만, 잔혹한 수준은 아니다. 소름돋는 쇳소리 음향효과, 괴상하게 몸을 꺾으며 일어서는 귀신의 모양새 등 공포영화의 유행코드에 연연해 하지 않은 대목에서 차별점을 찍는다.
그러나 봉 감독에게 기대했던 세련된 연출장면을 찾지 못해 끝내 안타깝다. 현재와 과거를 절묘하게 들락거리는 장면에서나 그의 스타일리시함이 느껴진다고 할까. 엄마 잃은 쓸쓸한 아이, 죄책감에서 아이를 살리려 희생하는 모성 등의 주요설정이 일본 공포 ‘검은 물 밑에서’와 묘하게 오버랩되기도 한다.15세 이상 관람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2006-08-17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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