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부총리 사의] 향후 黨·靑관계 어떻게 변하나
구혜영 기자
수정 2006-08-03 00:00
입력 2006-08-03 00:00
지금까지 외형상으로는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양측 모두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적어도 올 연말까지는 “이대로 가자.”는 기류가 감지됐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경우가 달라 보인다.‘김병준 카드’가 차지하는 비중부터가 기존 사안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향후 당·청관계 예상도에도 ‘갈등 증폭’,‘노 대통령 정치적 권위 추락’ 등 극단적인 평가가 시시각각 흘러나오고 있다.
당 핵심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이 관계자는 “김 부총리 문제는 당·청관계의 장악력을 판단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말할 정도였다. 인사권은 대통령의 몫이라는 정도로 치부해온 예전 관행을 벗어나 ‘적절한’ 선에서 개입하며,‘사퇴 불가론’을 고수해 온 청와대를 압박했다. 그래서 김 부총리의 사퇴로 정국주도권 싸움에서 당이 판정승을 거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하튼 예고된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당·청 갈등은 피할 수 없음이 분명해 보인다. 다음주 내정될 것으로 보이는 법무부장관 임명부터 신경전이 시작될 수 있다. 노 대통령이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그대로 밀어붙일 경우 당·청 관계는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 같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2일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장관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개인적으로는 문 전 수석이 법무장관에 가장 적합하고 훌륭한 인물이라고 본다.”면서도 “(법무장관으로는) 국민들이 적합하다고 보지는 않는 것 같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김 의장의 이같은 언급은 ‘민심’과 ‘여론’에 반해 법무장관을 임명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명시적으로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은 지난달 28일 문 전 수석의 기용에 대한 당내의 부정적 의견과 당 추천인사 명단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같은 당내 기류를 감안하면 노 대통령이 문 전 수석을 임명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 여권 관계자의 “대통령이 주도하는 정계개편을 위해 당과 결별하려는 수순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무리수를 두겠냐.”는 언급이 이를 뒷받침한다.
당측도 더 이상 대통령의 인사 문제에 개입해 치받기에는 한계가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이 대통령과 각을 세울 수 있겠나. 당이 단일화돼 있지도 않은데 급하게 처신하다간 운신의 폭만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정기국회 때 제기될 입법과 정책 현안이 당·청 갈등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문 전 수석을 그대로 밀어붙일 경우 ‘작심’한 것으로 봐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 정가의 시각이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2006-08-03 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