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양형 들쭉날쭉 사법부 불신 부추겨
홍희경 기자
수정 2006-07-12 00:00
입력 2006-07-12 00:00
●양형기준 개혁법안 국회 계류중
이번 조사로 법원마다 양형 편차가 크다는 의심이 확인됐지만, 법조계는 양형기준 마련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신중하게 마련돼야 한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양형위원회와 양형기준을 만들기로 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법안은 국회 법사위에 계류중이다.
대구지법 형사실무연구회장인 김태천 부장판사는 “법관들이 가장 어렵게 생각하고 신경쓰는 대목이 양형”이라면서 “하지만 양형을 기계적으로 정하는 것 역시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분석 대상이 된 뇌물 사건에서도 너무 큰 형량 편차를 보이는 것도 문제지만, 뇌물 액수마다 똑같은 형을 선고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직무와의 연관 정도, 의도, 수수 뒤 처신 등 수뢰 사건에서 고려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면서 “다만 개인 판사가 편견을 갖고 판결을 하지 않도록 법원마다 양형연구회 등을 구성해 토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계적 양형기준 마련은 오히려 더 위험”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양형기준을 정립하기 위해 넘어야할 산이 많다. 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범죄를 저지른 풍토와 지역적 환경에 따라 다른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는가 하면, 통일된 성문법 체계를 채택한 우리나라에서는 지역 특성을 고려한 법적용이 맞지 않는다는 반론도 나온다.
예를 들어 지역특산물 상표를 위조했을 때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지방 법원이 인신구속형을 선고하는 반면, 서울 등 도시 법원에서는 다른 식품사범과 같은 잣대로 처벌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결국 각각의 사건마다 수많은 변수가 있어 일률적인 양형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위험할 수도 있다.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기준 마련이 더뎌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변호사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 때문에 양형기준을 마련하라는 요구가 나온 것”이라면서 “법원과 검찰이 자체적으로 양형기준을 마련해야겠지만, 다른 기관에서도 이를 비판하고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술연구 등을 위해 재판기록 공개범위를 확대키로 한 국무회의 결정을 예로 들며 그는 “재판기록에 대한 접근권을 판·검사에서 일반인에게까지 확대해 충분한 연구를 한 뒤 양형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2006-07-1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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