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아픈 기억’ 잊은 대우차/ 김학준 지방자치뉴스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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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07-03 00:00
입력 2006-07-03 00:00
GM대우자동차 노조가 산별 노조로의 전환을 결의한 것을 보자 ‘기억 상실증’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잦은 파업 등으로 회사가 망했다가 다시 일어서는 시점에서 ‘본인들의 의지와 상관없는 파업’을 유발할 수 있는 방안을 선택한 것은 달리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노조의 힘이 강했던 대우차는 1990년대에 파업을 한해도 거르지 않았다. 카리스마가 대단한 김우중 회장이 당시 경영을 맡았지만 자신의 약점 때문에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제어하지 못하고 달래기로 일관했다. 그 결과 낮은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의 임금은 매년 올라 생산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11%에 달했다. 정상적인 비율은 6∼7%선이다. 때문에 ‘대우가 좋은 대우차’라는 말도 나돌았지만, 결과적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격이 됐다.2000년 12월 최종 부도가 나 1750명이 정리해고되고 1250명의 강제성 희망퇴직자가 발생했다.

자생력을 완전히 잃은 대우차는 결국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거쳐 2002년 10월 미국 GM사에 인수됐다. 이후 근로자들이 노력한 결과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 판매 대수를 기록하는 등 회생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에 힘입어 과거 해고됐던 직원 대부분이 복직됐다.

이런 상황에서 산별 노조로의 전환은 안정을 찾기 시작한 이 회사에 암초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 형태가 산별로 바뀔 경우 협상 구조가 중앙교섭 및 개별기업 교섭으로 이원화돼 파업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또 회사의 사정과는 상관없이 공동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도 상정할 수 있다.

대우차 노조원들은 77%의 찬성으로 산별 노조 전환을 결의했다. 현대차 71%, 기아차 76%에 비해 오히려 높은 수치다. 대우차 노조원의 상당수는 해고됐다가 복직된 사람들이다. 때문에 이들이 산별 노조를 선택한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지난날의 아픔을 딛고 서서히 ‘파이’를 키워가는 시점에서 또다시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김학준 지방자치뉴스부 차장 kimhj@seoul.co.kr
2006-07-0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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