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핏줄 11명 “胃없이 살죠”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사는 마크 슬라바흐(52)는 10대 때 어머니가 위암으로 사망하자 주저하지 않고 위를 통째로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하루 9번에 걸쳐 조금씩 식사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랐지만 그는 수술 덕에 목숨을 건졌다고 믿고 있다.
1960년에 할머니가 위암으로 숨질 때만 해도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러나 7명의 아버지 형제 가운데 6명이 40대와 50대에 눈을 감자 손자 18명이 모두 유전자 검사를 받았다. 이 가운데 할머니의 결함 유전자를 물려받은 11명이 모두 위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은 것이다.
유전자 검사 기법의 발달에 힘입어 많은 미국인들이 미래에 발병할 유전자를 미리 진단받고 위나 유방, 난소, 대장 혹은 전립선을 절제하는 ‘선제공격’ 수술을 받고 있다고 AP통신이 18일(현지시간) 전했다.
위를 통째로 잘라낼 경우 위를 둘러싸고 있던 림프절도 함께 잘라내고 대장이 축 늘어져 위 구실을 할 수 있도록 식도 밑을 소장(小腸)에 이어 붙인다.
미국암학회에 따르면 한해 2만 2000여명이 위암 진단을 받고 이 가운데 절반이 사망하지만 슬라바흐 가족처럼 암세포가 유전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100가족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희귀한 질환이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일단 이 유전자를 갖고 있다 해도 발병률은 70%지만 이들은 위 절제 수술을 받는 쪽을 택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데이비드 헌츠맨은 “공포 속에 사는 것보다 그들은 대를 잇는 숙명과 맞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슬라바흐의 사촌 중 한명인 린다 브래드필드(51)는 작아진 위에 적응하는 데 1년이 꼬박 걸렸다.
하루 800칼로리밖에 섭취하지 않으며 이제야 조금씩 양배추와 상추를 먹기 시작했다. 여전히 빵 등 씹기 어려운 음식을 들지 못한다. 그래도 그는 “위 없는 인생도 괜찮아요.”라고 말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