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태극전사 氣 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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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기자
수정 2006-06-16 00:00
입력 2006-06-16 00:00

‘대~ 한민국 짝짝~짝 짝짝’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지난 13일 밤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목청껏 구호와 함성을 외치며 월드컵 태극전사들의 승리를 기원했을 것이다. 특히 독일 경기장에 모인 수많은 붉은악마들은 열정적인 응원으로 선수들의 가슴에 뜨거운 에너지를 불어넣음으로써 역전승이란 결실을 일궈낼 수 있었을 것이다.‘12번째 태극전사’로까지 불리는 응원단의 힘. 과연 단순한 구호와 함성이 어떻게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와!∼∼’와 ‘우!∼∼’의 차이

응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수단인 구호와 함성은 그 자체로는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소음에 가까운 소리가 선수들의 심리를 안정시키고 자극을 줘 보다 힘차게 뛰도록 만들어준다.

그러면 선수들의 기를 북돋는 ‘응원’과 기를 죽이는 ‘야유’의 차이는 뭘까. 선수들은 어떻게 그 차이를 느낄까.

둘 다 ‘소음’이라는 측면에서는 같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선수들의 심리에 따라 효과는 180도 다르다.‘와!∼∼’는 격려의 소리로 인식돼 심리적인 용기와 안정감을 얻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반면 ‘우!∼∼’는 듣기 싫은 소음으로 여겨져 심리적으로 불안해져 몸이 위축된다.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유상철(현 KBS해설위원)씨는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 “경기장에서 울려퍼지는 ‘와!∼’하는 함성 소리에 온몸에 전기가 통한 듯 짜릿함이 느껴지고, 나도 모르게 없던 힘이 솟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통상 스포츠 경기에서 홈경기 승률이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먼저 응원과 야유 소리를 분석해 보면 높낮이와 진동수가 다르다.‘와!∼∼’는 진동수가 높고 템포도 빠르다. 반면 ‘우!∼∼’는 진동수가 낮고 템포도 느리다.

연구결과 등에 따르면 선수가 귀로 들을 수 있는 한계인 120㏈ 이상의 함성을 들으면 신체에는 긴장상태와 비슷한 변화가 나타난다. 교감신경에서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의 양이 늘고 혈압은 높아지며 맥박은 빨라진다. 호흡이 빨라지고 말초혈관도 수축하게 된다. 이때 함성이 우호적이라고 판단되면 긴장상태가 몸에 긍정적인 심리 효과로 작용된다. 반면 그 반대라면 몸 근육 등이 심하게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응원에는 강한 북소리가 최고

응원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도구는 단연 큰북이다.‘둥∼둥∼둥∼’ 울려퍼지는 강한 진동은 선수들은 물론 응원단에게 혼연일체가 되게 하는 결속력은 물론 ‘투쟁심’까지 고조시킨다.

인체 실험을 통해 이를 실제로 입증한 연구 결과가 있다. 숭실대 정보통신전자공학부 배명진 교수팀은 북소리 같은 저음은 귀가 아닌 몸이 울려 느낀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팀에 따르면 사람의 귀는 통상 1000∼2000㎐의 소리를 아주 민감하게 잘 듣는다. 그런데 북소리는 60∼80㎐이기 때문에 사람의 귀는 10% 정도만 들을 수 있다. 결국 나머지 90%는 몸으로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피실험자들에게 귀로 들을 수 없는 20㎐의 아주 낮은 음을 들려주고 출력을 96㏈ 이상으로 높이자 모두 “귀로는 잘 안 들리지만, 가슴 등 몸이 떨리며 느껴졌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북소리에서 나오는 강력한 저주파가 사람 몸을 울려 촉감으로 느끼게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특히 월드컵 응원에서 북소리가 울려퍼지면 응원에 동참한 모든 사람들은 ‘신체의 동조감’을 느끼게 되고, 경기장 안에서 뛰는 선수의 몸으로도 공명돼 강한 기운이나 에너지로 전달된다고 설명했다.

붉은 옷 입었을 때 승률 훨씬 높아

한때 태극전사들의 붉은색 유니폼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상대편 선수들이 붉은색 유니폼을 보고 흥분해 힘을 더 얻는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결국 잠깐이지만 색깔이 바뀌기도 했다. 하지만 되레 붉은 유니폼을 입은 쪽이 더 힘이 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영국의 듀헴대 러셀 힐 교수팀은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붉은색 유니폼을 입으면 승리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경기에서 태권도, 권투, 레슬링 등 격투기 종목을 분석했다. 선수들은 붉은색이나 파란색 가운데 하나를 입게 돼 있는데, 분석 결과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승리한 경우가 55%였다. 특히 태권도의 경우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승리한 경우가 60%를 넘었다.

연구팀은 유럽대륙 축구대회인 ‘유로 2004’에 참가한 나라들의 승률도 조사했다. 그 결과 붉은색 유니폼을 입었을 때 승률이 훨씬 높았으며, 골도 많이 나왔다. 연구팀은 “사람 등 동물은 붉은색이 주는 ‘위협’에 부담을 느껴 호전적인 스포츠 경기에서 기가 꺾이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의상심리학자들도 “몸이나 마찬가지인 옷은 그 사람의 심리상태를 나타낸다.”면서 “옷 색깔을 통해 자신감은 물론 정서적 안정에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한다.

응원도 하고 살도 빼고

마음껏 소리지르고 몸 전체를 흔들어대는 응원은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살 빼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한 전문병원이 지난달 한국과 세네갈과의 축구 평가전에서 90분간 격렬한 응원을 펼친 붉은악마 회원 5명을 조사한 결과 1인당 평균 323㎉를 소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같은 시간 가만히 있을 때보다 3배가량 칼로리 소비가 많은 수치다. 만일 운동을 통해 이 같은 규모의 칼로리를 소모하려면 시속 10㎞에 가까운 속력으로 1시간 이상을 쉼없이 걸어야 한다. 월드컵 길거리 응원을 통해 그야말로 ‘꿩도 먹고 알도 먹는’ 셈이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2006-06-1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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