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씨 친구들 말 한마디에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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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경 기자
수정 2006-05-26 00:00
입력 2006-05-26 00:00
“충호가 열린우리당 의원 소개로 일자리를 구했다고 말했어요.” “충호와 막역한 친구가 한나라당 당원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청송보호감호소에서 출소해 밑바닥 인생을 살다 지난 20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공격한 지충호(50·구속)씨의 행적을 짐작케 하는 것은 평소 그가 지인들에게 했던 말이 전부다. 상황은 검·경합동수사본부도 마찬가지로 25일 연일 지씨의 가족과 친구들이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

與·한나라 정치인과 친분 정황 못찾아

합수부는 아직까지 지씨가 실제로 정치인과 친분이 깊었다는 정황을 찾지 못했다. 십수년간 수감생활을 해 사회적응이 어려웠던 지씨를 의원들이 맞아줬다고 받아들이기도 상식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선거철을 맞아 지씨가 했다는 한마디 말에 여론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뉴욕에서 폭풍이 친다는 나비효과가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지인들은 지씨가 열린우리당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찾아 취직자리를 부탁했다고 증언했다. 지씨는 스스로 광고를 보고 찾아가 정수기 제조업체 C사에 취직한 뒤 “인천 지역 열린우리당 의원을 잘 알아 취직이 됐다.”고 과시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다녔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그와 절친했던 친구 A씨는 한나라당 인천 모 지구당 부위원장을 지냈던 적이 있다. 지씨는 A씨에게 돈을 받기도 하고, 한나라당에 대한 공격성향에 대해 훈계를 듣기도 했다.

물론 실체는 없었다는 것이 지인들의 평이다. 지씨가 스스로에 대해 과시하는 말을 많이 했지만, 지인들은 모두 신경쓰지 않고 흘려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교흥 의원 “일자리 알선한 적 없어”

선거 국면이라 지씨의 말 한마디로 지역구 판세가 바뀔 수 있다. 지씨의 행적과 말 한마디에 정치권이 들썩이는 이유는 그 말 한마디에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적을 근거로 야당은 지씨 뒤에 배후세력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여당은 야당이 사용하는 ‘정치테러’라는 말에 펄쩍 뛰고 있다. 이름이 공개된 의원들은 더하다. 지씨가 찾아간 의원실로 지목된 열린우리당 김교흥 의원은 “지씨에게 일자리를 알아봐 준 일이 없다.”고 관련성을 부인하는 한편,“지씨는 한나라당 소속 구의원을 만나기도 했다.”고 역공을 폈다.

반쪽짜리 정보에 여·야 주판알 튕기기

팀을 꾸린 지 사흘째에 접어든 수사팀의 행보는 유독 신중하다. 합수부는 팀을 구성하고 이틀째부터 지씨에게 조서를 받기 시작했다. 신병을 확보하고 사흘 만이다. 선거일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합수부가 지씨 대신 ‘나비효과’의 진원지로 변경될 수 있다는 판단에 수사팀의 행보가 더디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 등을 보며 정치권은 수사팀의 신중한 행보가 어느 쪽에 유리한지 재기에 바쁘다. 수사팀이 게걸음을 걷고 있는 사이 지씨의 지인들의 입을 빌린 ‘반쪽짜리’ 정보만 무성하게 나돌고 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2006-05-2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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