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막기’ 망령 부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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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구 기자
수정 2006-05-17 00:00
입력 2006-05-17 00:00
지난 2002년 ‘카드 대란’은 현금서비스를 이용한 ‘돌려막기’에서 비롯됐다. 카드사는 길거리에서 신용도가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마구잡이로 카드를 발급해 줬고, 이들은 새 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 기존 카드빚을 갚는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신용불량자로 추락했다. 카드사는 자연히 공멸의 위기로 내몰렸다. 이후 경기 회복과 신용카드 구조조정으로 카드사는 간신히 제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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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복수카드 소지자가 증가하면서 ‘돌려막기’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특히 복수카드 소지자의 현금서비스 비중이 계속 늘고 있는 게 염려스럽다. 복수카드 소지자는 4장 이상의 카드를 보유한 사람으로 카드사의 특별관리 대상이다.

복수카드 소지자의 현금서비스 비율 40%대 다시 위협

16일 여신협회에 따르면 3∼4년 전 1000만명을 넘던 복수카드 소지자는 지난해 말 749만 4905명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올해 다시 증가세 반전, 지난 3월말 현재 755만 2790명이 됐다. 같은 기간 이들의 보유 카드수도 3986만 5336매에서 4026만 3937매로 늘었다.

전체 카드 이용자가 크게 늘면서 복수카드 소지자도 증가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위험천만한 현금서비스에 또 손을 댄다는 데 있다. 복수카드 소지자의 카드사용액(신용판매+현금서비스)은 지난해 말 13조 7945억원에서 지난 3월말 13조 5919억원으로 줄었지만 사용액 중 현금서비스 비중은 37.8%에서 39.4%로 껑충 뛰었다. 복수카드 소지자들의 현금서비스는 대부분 돌려막기에 사용된다.

금융감독원은 카드 사용액 중 현금서비스 비중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복수카드 소지자들의 현금서비스는 더욱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면서 “현재 카드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고려해 볼 때 40% 벽이 허물어지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소비력이 왕성한 30대가 복수카드의 ‘핵심’을 이루고 있어 심각하다. 전체 복수카드 소지자 중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3월말 현재 40.77%이고, 이들의 3월 현금서비스 이용액은 2조 269억원이었다.

전혀 문제 없다고는 하지만….

신용카드사들은 “복수카드 소지자 문제는 더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장담한다. 금감원 관계자 역시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복수카드 소지자의 사용한도를 카드사들이 공유하고 있으며, 카드사 전체의 연체율도 5%대 후반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게 주요 이유다. 고객쟁탈전도 우량고객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최근 카드사들의 마케팅 경쟁으로 볼 때 안심할 수만은 없다.2002년과 마찬가지로 월드컵을 맞아 카드사들이 너나없이 다양한 특화 카드를 내놓고 있어 복수카드 소지자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많다. 더욱이 카드사들은 복수카드 소지자 개인의 한도 총액만 공유할 뿐이고, 한도를 늘리거나 줄이는 것은 전적으로 카드사의 판단에 달려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 특성상 약간씩 연체를 하는 고객이 가장 수익성이 높다.”면서 “지금처럼 너무 낮은 연체율은 그리 반가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우량고객 쟁탈전이 포화상태에 이르면 카드사들은 신용도가 낮은 고객에게도 카드를 내주고, 현금서비스 한도를 늘려 주는 ‘고위험 고수익’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2006-05-1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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