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말 진짜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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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성 기자
수정 2006-05-10 00:00
입력 2006-05-10 00:00
최근 분양된 한 아파트에 입주한 이모(35)씨. 입주자들의 인터넷 카페에 올린 그의 글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분양에서 입주하기까지 이런 저런 서류를 만들 일이 오죽 많은가. 무슨 암호 같은 단어들이 나열된 공문서를 만드는 게 귀찮아, 대부분의 입주자들이 비싼 돈 들여 대행사에 서류를 맡기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이씨는 자신이 직접 발로 뛴 뒤, 이 문서는 이렇게 쓰라고 자세히 설명한 글을 올린 것. 입주민들은 환호성을 올렸다. 그만큼 우리 공문서는 어렵다는 증거다.

그래서 공무원들부터 쉽고 바른 우리말을 쓰겠다며 문화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9일 제1차 국어능력향상정책협의회를 열었다. 여기서는 여전히 어려운 한문투가 문제로 지적됐다.“종점부 가각 확장”,“비용을 지변하기” 등과 같은 어려운 말을 “종점부 모퉁이 확장”,“비용을 충당하기”처럼 쉽게 바꾸어쓰자는 지적이 나왔다. 공무원의 힘이 공문서를 작성하는 힘에서 나온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일종의 중이 제 머리를 깎는 도전인 셈이다. 그러나 이를 채찍질하기 위해 정책협의회를 연 2회로 정례화하고 구체적인 진척사안을 챙기기로 했다.

이날 협의회에서는 또 영어 남용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국립국어원이 최근 실시한 외래어·외국어 인지도 조사에서, 테스트베드·클러스터·마타도어처럼 비교적 널리 쓰이는 어휘도 5% 미만의 사람들만 그 뜻을 알았다.CEO 같은 단어도 60%에 그쳤다. 문광부도 쓰고 있는 바우처·TF 등에 대해서도 10% 안팎에 그쳤다. 조사대상자(508명) 가운데 제시된 단어 20개를 모두 모르는 사람이 147명이었다. 한마디로 대도시 20∼30대 고학력자들만 쓰는 외래어·외국어를 무분별하게 가져다 쓰는 현상을 억제해야 한다는 비판이다.

한편 이날 협의회에는 국립국어원 홍보대사이기도 한 KBS 노현정 아나운서가 참석,“우리말을 소중하게 여기고 바르게 쓰는 일이 정말 중요하고 국민을 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06-05-1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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