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에 강한 의지 표출
노 대통령은 “언제 어디서 무슨 내용을 얘기해도 좋으니 만나서 얘기하자.”며 사실상 적극적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표명했다.
문제는 노 대통령의 발언의 수위와는 상관없이 열쇠는 북한측이 쥐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다음달 방북이 이를 위한 소통의 계기가 될 가능성은 크다. 지금까지 노 대통령은 남북간 협력과 평화정착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접근하면서도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안달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표현해 왔다. 그런 점에서 노 대통령의 울란바토르 발언은 예전과 같지 않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대좌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제도적·물질적 지원에 대해 조건없이 하려 한다.”는 선까지 나갔다. 한마디로 김정일 위원장에게 조건 없이 만나 대화를 갖자는 제의다. 노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에게 개인 차원에서 방북이라지만 “길을 잘 열어주면 저도 슬그머니 할 수도 있고…”라며 상당한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나아가 노 대통령은 “불신이 있는 동안 어떤 관계도 제대로 진전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엄밀히 따지면 남북관계에 대한 ‘자주적 해결’을 시사하는 메시지로도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는 미국의 대북 강경파를 겨냥해 대외적으로는 남북 문제의 한 축이 우리임을 새삼 강조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물론 이런 자세가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을 푸는 해법으로 작용하는 ‘묘수’일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한편으로 소수지만 ‘국내’를 겨냥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집권 후반기에 들어 역점을 둔 양극화 해소와 저출산·고령화 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 A) 등 국정과제의 진행 속도가 더디다는 점을 염두에 뒀을 법하다. 말하자면 남은 임기내 남북관계에서 족적을 남기려는 강한 의지가 배어있을 수 있다는 추론이다. 더욱이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에 대한 지지가 과거 텃밭격이었던 호남에서조차 크게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 형편인 점에 비춰 볼 때 모종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발언일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도 없지 않다. 어쨌든 노 대통령의 울란바토르 발언은 김 전 대통령의 방북 성과와 맞물려 장·단기적으로 남북관계의 막힌 물꼬를 트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