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리 사의 수용] 盧·鄭 2시간 면담후 전격 결정
박홍기 기자
수정 2006-03-15 00:00
입력 2006-03-15 00:00
‘내기골프는 인정되나 로비 골프는 아니다.’는 청와대 자체의 조사 결과도 나왔지만 총리로서의 역할을 지속하기에는 너무 흠집이 났다는 중론을 인정한 것이다. 청와대는 이 총리의 골프 파문에 대해 ‘신중치 못한 골프’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이 총리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는 수긍하지 않는 상태이다.
노 대통령의 이 총리에 대한 사의 수용 과정은 평소의 인사 원칙과는 사뭇 다르다. 검찰에 고발된 사안인데도 예전처럼 수사 결과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수사 결과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되 여러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원칙을 지키기에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힐 정도이다.
실체적 진실보다는 ‘정치적 판단’에 의한 결정이라는 인상이 짙다. 물론 정 의장의 의견이 크게 반영됐을 법한 대목이기도 하다. 정 의장 체제에 힘을 실어 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14일 노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에서 돌아오자 긴박하게 움직였다.‘실세 총리’의 거취를 다루는 민감한 사안인 까닭에서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에 도착한 뒤 곧바로 이 총리와 20여분 동안 자리를 함께 했다. 이병완 비서실장과 문재인 민정수석이 배석했다. 골프 파문의 당사자와 사실 관계를 따지고, 또 결과를 보고할 책임을 진 핵심 관계자들이 한데 모인 셈이다. 노 대통령은 순방 이틀전인 지난 4일 이 총리와의 통화에서 “순방을 다녀와서 보자.”고 말한 절차를 거쳤다. 그런 뒤 노대통령은 오후 철저한 보안 속에 사전에 조율된 정 의장과 ‘단독 면담’을 가졌다. 결과적으로 ‘실세 총리’의 경질에 대한 최대한의 격식을 갖춘 셈이다.
당초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만 하더라도 ‘비서실장으로부터 종합적인 보고를 받은 뒤 시간을 갖고 생각을 정리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따라서 ‘심사숙고’할 것이라는 관측도 한때 나돌았다. 하지만 정 의장으로부터 민심과 당론을 전해들은 뒤 결단을 내렸다.
정 의장은 준비됐던 면담이기에 후임 총리의 인선 기준까지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결단의 과정에는 당의 건의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갖춤으로써 당·청 관계를 공고히 하려는 ‘정치적 고려’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2006-03-15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