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어린이책] 날아라, 막내야/배봉기 글·김선남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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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정 기자
수정 2006-03-11 00:00
입력 2006-03-11 00:00

막내 민들레의 ‘세상밖으로’

“막내야, 엄마도 아이 때 너처럼 떠나기 싫었단다.”

“엄마도?”

“그래, 하지만 할머니의 말을 듣고 용기를 냈지.”

“무슨 말?”

“할머니는 지금 너처럼 떼를 쓰는 나에게 말해 주었단다. 내 속에 있는 아름다운 꽃을 피우려면 떠나야 한다고 말이야.”

엄마 민들레와 아무래도 엄마를 떠나지 못해 혼자 남은 응석받이 막내 씨앗.‘어떻게 하면 막내를 세상 밖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엄마 민들레는 막내에게 소근소근 귀엣말을 속삭인다. 너처럼 꼬마였던 옛날엔 엄마도 그랬었노라고. 하지만 어렵게 나선 바깥 세상은 너무너무 근사했노라고.

그림동화 ‘날아라, 막내야’(배봉기 글, 김선남 그림, 사계절 펴냄)는 막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막내와 그에게 용기를 내라고 다독여 주는 엄마의 속삭임을 담았다.

늦봄 햇살이 분통처럼 화사한 초등학교 운동장. 엄마 민들레 몸에 붙어있던 씨앗들이 하얀 날개를 하느작거리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이 아련한 감상부터 안긴다.“엄마, 난 가기 싫어.” 모두들 먼 여행길에 나섰건만 늦둥이 씨앗만은 아무래도 엄마와 떨어지는 게 무섭다.

붉은 노을이 서쪽 하늘을 물들이는 저녁이 왔을 때 엄마 민들레는 막내 씨앗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어 먼 추억담을 꺼낸다.“아름다운 꽃을 피우려면 떠나야만 한다.”던 그 옛적 할머니의 말씀을. 꽃씨 하나만 달랑 붙이고 선 민들레가 등장인물의 전부인 그림책은 시종 호젓한 감상을 일깨운다.

엄마 민들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는 은은한 바람의 말처럼 독자들의 귓바퀴를 간지럽힌다.“말로 다 할 수 없게 재미있었던” 엄마 민들레의 홀로서기 여행담이 펼쳐지는 중반부에 접어들면, 책은 풍선을 타고 오른 듯한 운동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엄마의 여행기는 그대로 한편의 짜릿한 모험담이 되어, 막내 씨앗과 독자 모두의 마음을 단박에 달뜨게 만드는 거다.

엄마 민들레의 눈에 비쳤던 그때 그 아름다운 세상이라니! 반짝반짝 물고기들이 헤엄치던 냇물, 마음씨 좋은 봄바람 아저씨 등을 타고 사알짝 넘었던 작은 산, 그렇게 흘러다니다 사뿐히 뛰어내려 뿌리내린 학교 운동장의 개나리 울타리 밑….

엄마 민들레가 꿈꾸는 눈빛으로 이어가는 속삭임에 어린 독자들도 따라 꿈을 꿀 것만 같은 아늑한 그림책이다. 낯선 학교생활에 아침마다 현관에서 눈물바람을 하는 초등 입학생 아이에게 한번쯤 읽어주면 좋을 듯싶다.95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6-03-1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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