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이산가족 화상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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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02-28 00:00
입력 2006-02-28 00:00
남한의 누나 박영옥(84)씨는 27일 서울 남산 대한적십자사 화상상봉장에서 병상에 누운 채 꿈에도 그리던 북의 동생 기복(74)씨를 만났다. 하지만 기력이 약해진 영옥씨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목을 길게 빼 동생을 바라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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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중구 남산동 대한적십자사에서 열린 남북이산가족 화상상봉에서 남측 김봉자씨 가족(왼쪽)과 북측 김봉준씨 가족이 양측 상봉실에 마련된 화상 시스템을 통해 감격적인 상봉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7일 서울 중구 남산동 대한적십자사에서 열린 남북이산가족 화상상봉에서 남측 김봉자씨 가족(왼쪽)과 북측 김봉준씨 가족이 양측 상봉실에 마련된 화상 시스템을 통해 감격적인 상봉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4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첫날째인 이날 모두 575명의 남북 이산가족들이 광케이블로 연결된 모니터로 부부간, 모녀간, 오누이간 맺힌 그리움을 풀어냈다. 이날 만남에서 오누이들의 상봉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내가 어릴 적에 오빠가 학교에 갔다 오면 오빠 옆에서 잠자기를 좋아했잖아요. 오빠 건강하게 지내 통일되면 함께 자도록 해요.”

한적 부산지사에 마련된 상봉장에서 남측의 전정순(71)씨가 북측 오빠 전경화(92) 할아버지에게 부린 어리광.4남 2녀 중 맏인 전 할아버지가 막둥이 여동생을 바라보는 눈길엔 어릴적 오누이가 나눴던 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55년 만에 화면으로 만난 남측의 최인신(71·여)·북측의 효신(73)씨도 오누이정을 나누긴 했으나, 인신씨는 “오빠가 이렇게 오래 살아 있다는 사실 만으로 감사해요.”라고 하자 효신씨는 “60청춘에 90회갑이라는 말도 있는데 우리 오래 오래 살자꾸나.”라고 화답했다. 백발의 노신사가 된 효신씨는 그러나 “힘있는 사람은 힘으로, 돈있는 사람으로 돈으로, 지식있는 사람은 지식으로 통일에 이바지해야 한다.”면서 “(화면으로 보니) 돈이 많은 거 같은데 통일을 위해 자금을 바쳐달라.”고 요구했다.

인신씨가 “꼭 한번 살아서 만나보자.”라고 흐느끼자 북측의 오빠는 “지금 만나지 말고 통일이 되면 만나자. 얼마나 통일에 기여했는지 확인해 보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상봉에선 남측의 권모(69)씨가 술에 취해 북측의 형(74)등 가족들을 만나며 실랑이를 벌이다 가족들의 만류로 도중에 퇴장하는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공동취재단·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2006-02-2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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