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대책 6개월…부동산 기류는] “월세로 세금 충당” 강남 ‘半전세’ 유행
집주인들이 보유세 부담을 덜기 위해 세입자들에게 월세로 갈아타기를 강요하고 있다.
보유세 강화는 가수요를 막고 매물을 늘려 ‘수요<공급’시장을 만들기 위한 조치였다. 집값을 끌어내려 무주택자의 내집마련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보유세 강화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려 수익률을 보전하고 있어 무주택자들의 내집 마련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는 올들어 임차인을 ‘월세’로 갈아태우는 집주인이 부쩍 늘었다. 한양 1차 27평형 전세는 8·31대책 당시 1억 8000만원이면 얻었지만 지금은 2억원은 줘야 구한다.
지난해 2월에도 1억 8000만원 수준이었지만 대책 발표로 계속 오른 것이다. 그러나 이 마저도 물건이 없다. 대부분 집주인이 늘어나는 보유세 부담을 덜기 위해 월세로 돌리기 때문이다.
A공인 관계자는 “2억원 전세를 줘봐야 매달 받는 은행이자가 연 900만원에 불과하지만 월세로 매달 130만원(보증금 3000만원)을 받을 경우 연 1560만원, 월 120만원(보증금 500
0만원)을 받으면 연 1440만원의 수입으로 연 9% 수준의 이자를 챙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세입자들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서초구 잠원동 일대도 사정은 비슷하다. 건설공인 김석중 사장은 “올들어 가장 큰 변화는 전세와 월세의 중간 형태인 ‘반전세’가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한신 6차 35평형의 경우 전세로 얻으면 2억 5000만원, 월세로 하면 보증금 5000만원에 월 120만원을 내는 형태지만 지금은 보증금 1억원에 월 90만∼100만원의 월세를 내는 ‘반전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은행 이자가 낮고 강화된 세금을 내기 위해 집주인들이 선호한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 팀장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이 변하지 않은 가운데 보유세만 강화한 탓에 집주인들은 임차인으로부터 보유세를 보전받는 등 집세만 올려 놓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면서 “이는 무주택자들의 내집 마련만 더욱 어렵게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금을 많이 낸다고 투자 메리트가 있는 부동산을 파는 사람은 없다.”면서 “세금 폭탄으로 부동산 집값을 잡겠다는 생각 자체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