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외교 유엔총장 출사표] ‘50년만의 기회’… 政, 조용한 지원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출사표는 한국 외교사의 ‘일대 사건’으로 꼽힐 만한 일이다. 유엔대사를 지낸 박수길 유엔한국협회장은 14일 “50년에 한번씩 돌아오는 기회”라고 말했다.5개 대륙에서 한번씩 돌아가면서 사무총장을 맡고,5년임기를 연임하는 대체적인 관례를 따지면 아시아 지역에서 후보를 내는 기회가 50년 만이다.
더구나 북한과 유엔에 동시 가입한 지 15년 만에 사무총장 후보를 냈다는 사실 자체는 당선 여부를 떠나 우리나라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실감케 한다. 분단국에서는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지 못하리라는 인식이 국제사회에 팽배했으나 여건은 변화하고 있다.
박수길 회장은 “분단국이고 유엔 회원국으로서의 역사가 짧고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점에서 전망이 밝지 않았다.”면서 이제 상황이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단국의 산물인 6자회담 협상과정에서 반기문 장관의 국제사회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약점이 강점으로 반전됐다는 것이다.
반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당선을 위한 정부와 반 장관의 기본전략은 도광양회다.‘빛을 감추어 밖에 비치지 않도록 하고 자세히 살펴서 터득하겠다.’는 뜻처럼 소리를 요란하게 내지 않고 조용한 선거전을 펴겠다는 것이다.
선거전이 공식화되기 전까지 조용한 선거전략은 미국 등 5개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P5)의 컨센서스를 받아야 하는 선출방식에서 비롯된다. 요란한 선거전은 ‘P5’의 거부감을 자초,‘빨간딱지’를 받을 수 있다.
태국은 2년 전부터 수라끼앗 사티아라타이 부총리의 선거전을 요란스럽게 펼쳐 거부감을 심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공개적 지지는 ‘죽음의 키스’로 불린다. 그만큼 국제사회의 역학구도가 복잡하다는 얘기다.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우리 정부의 신중하고 소리없는 도광양회 전략에 회원국들은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 장관은 이날 공식 출마선언에 앞서 지난 7일쯤 유엔 회원국 외무장관들에게 사무총장 출마를 알리는 서한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측에는 서한이 아닌 요로를 통해 같은 내용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지난 연말에 반 장관을 유엔 사무총장감으로 정해놓고도 공개를 늦춘 것도 이런 동양적 예의를 차린 것이다.
‘이번에는 아시아 차례’라는 지역안보론보다는 유엔에서의 풍부한 경험 등 40년 가까운 외교경륜의 반 장관이 유엔 개혁에 적임자라는 논리로 접근한다는 계획이다. 유명환 외교부 1차관은 “반 장관은 40년에 가까운 외교관 및 행정가 경험을 통해 유엔 강화 및 개혁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 장관은 외교장관직을 유지하면서 자연스러운 선거전을 치른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