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일 소장이 본 ‘다시 쓰는 택리지’
수정 2006-02-11 00:00
입력 2006-02-11 00:00
최근 알제리 출신의 프랑스 학자 자크 아탈리가 ‘호모 노마드-유목하는 인간’에서 인류의 역사가 ‘머문 자’들의 손에 의해 기록되었지만 그 역사를 만든 것은 ‘떠도는 자’의 몸이었다는 노마드(nomad:유목민) 문화를 현대인의 패러다임으로 제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자크 아탈리가 노마드 문화를 제시하기 훨씬 이전부터 길의 문화, 길의 역사를 실천한 길의 사람이 황토현문화연구소 신정일 소장이다. 그는 한강, 낙동강, 섬진강, 금강의 4대강과 삼남대로, 영남대로 등 우리 국토 구석구석을 두 발로 걸었다. 김지하 시인이 “신정일의 글은 발로부터 비롯된 것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그는 발로 책을 쓰는데, 이렇게 완간된 책이 ‘다시 쓰는 택리지(휴머니스트 펴냄, 전5권)’이다.“(이중환의) ‘택리지’는 한 권의 책이 아니라 크게 펼쳐진 우리나라의 지도이자 우리가 걸어가야 할 국토, 즉 삼천리금수강산이다.”라고 말하는 신정일 소장의 ‘다시 쓰는 택리지’는 단편적 기행문이 아니다. 팔도총론 3권과 복거총론 2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저자는 “이중환이 살다간 이후 이 땅에서는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얼마나 많은 인물들이 명멸해 갔는가.”라고 묻는다. 이 땅에서 살다간 사람들, 그리고 벌어진 일들에 대한 기록이 ‘다시 쓰는 택리지’다. 그래서 이 책은 지리서이자 인문서이고, 또 역사서이다.300여년 전 이중환은 “오히려 사대부가 살지 않는 곳을 가려서 두문불출하며, 홀로 그 몸을 닦아 착하게 살면 비록 농부이거나 공장(工匠)이 되거나 장사꾼이 되더라도 즐거움이 그 안에 있을 것이니, 인심이 좋냐 나쁘냐를 논할 필요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강 하나에 천리 길인 사대강, 길 하나에 천리 길인 삼남·영남대로를 두 발로 걸었던 신정일 소장은 땅을 투기의 대상으로만 보는 탐욕의 세태에 대한 분개를 넘어 이제는 해탈했다. 전국 각지 경치 좋은 곳 모두가 걷고 머무는 동안만큼은 자신의 소유라는 것이다.“이 나라 삼천리금수강산, 즉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땅은, 소유권과는 별개로 이 나라 이 땅을 사랑해서 시도 때도 없이 찾아나서는 나의 것이자 그대의 것이 아니겠는가?”라는 깨달음이다. 그렇다. 인간이 땅을 소유한다고 주장하지만 궁극적으로 땅이 인간을 소유한다. 인간이 죽어 땅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끊임없이 찾아 나설 이 땅의 산천”, 우리 선조들이 살다가 묻혔고, 우리가 살다가 묻힐 땅의 역사서인 것이다.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
2006-02-1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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