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초겨울의 기억/우득정 논설위원
우득정 기자
수정 2005-11-24 00:00
입력 2005-11-24 00:00
그리곤 손을 연신 겨드랑이 밑으로 넣어 비비면서 교문 안을 살피는 것이었다. 그 군인의 계급이 일병이었고, 아마도 첫 휴가를 나와 짝사랑하던 여학생을 기다리고 있었으리라는 생각은 군 입대 후에야 떠올랐다. 그럼에도 매년 11월 말 갑자기 수은주가 뚝 떨어지는 날이면 한순간 담뱃불밖에 건넨 적이 없는 그 군인부터 생각난다. 기억 속에 정지된 정물화가 아닌 군모(軍帽) 밑에 빼곡히 돋아난 소름까지도 선명한 동영상이 되어. 그동안 스치고 지나갔던 수많은 인물들이 그 군인의 얼굴에 대입되곤 했다. 하지만 곧 눈이 쏟아질 것만 같은 초겨울의 배경과 어울리는 그 얼굴은 아직도 만나지 못했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2005-11-2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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