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다문’ 경제5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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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두 기자
수정 2005-10-04 00:00
입력 2005-10-04 00:00
경제단체의 ‘입’이 쏙 들어갔다.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최근 재계를 향해 ‘무차별 공격’을 감행하고 있지만 경제단체들은 견제와 방어 논리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어 사실상 일손을 놓았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다.

재계 현안이 있을 때마다 목청을 높였던 경제단체들의 예전 행보와 비교하면 꽤 이례적이다. 경제5단체는 지난해 기업도시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비정규직 관련 입법안을 놓고 툭하면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특히 경제불안 심리를 내세우며, 기업규제 완화 요구는 경제5단체의 단골 레퍼토리였다.

그러나 지난 7월 이후 옛 안기부 도청사건인 ‘X파일’과 두산가(家)의 형제의 난,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입법안, 기업 총수들의 무차별적인 국감 증인 채택 등 일련의 악재로 재계의 경영 환경이 지난해보다 더욱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할 말’을 해야 할 경제5단체가 한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경제단체 마저도 몸을 사리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심지어 예정된 경제5단체 행사도 취소했을 정도다. 경제5단체는 지난 7월 규제 완화, 경제 회생과 관련된 공동 기자회견을 가질 계획이었지만 이를 취소했다. 시쳇말로 ‘나설 분위기가 아니다.’는 것이 이유였다.

재계 안팎에서는 경제단체의 이런 무기력을 놓고 “맷집이 세진 것인지,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라는 비아냥마저 나돌고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경제5단체도 입을 열고 싶지만 열 수 없는 처지여서 곤혹스럽다. 경제단체의 발목을 잡고 있는 ‘회장님 악재’들이 여기저기 널려있기 때문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전경련은 사실상 ‘전투력’을 상실한 지 이미 오래다. 그나마 재계 옹호의 목소리를 내더라도 전경련 차원의 공식적인 성명이 아닌 조건호 부회장을 비롯한 개인 의견 차원이다. 지난 2월 ‘강신호-조건호’ 체제가 들어선 이후 지난해와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제 코가 석자’다.‘형제의 난’에 직격탄을 맞은 대한상의는 박용성 회장에 대한 부담이 갈수록 늘고 있다. 박 회장의 부도덕한 처신 탓에 재계에 ‘말 발’이 서지 않고 있다. 박 회장은 조만간 경영권 분쟁으로 검찰 소환이 예고돼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도 김용구 회장 탓에 ‘구정물’을 뒤집어 썼다. 지난 중기협 회장 선거에서 김 회장의 금품살포 행위가 적발돼 회원사 보기가 난감하다.

전경련 관계자는 “재계 차원의 단합된 목소리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여건이 여의치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각종 이슈에 재계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2005-10-0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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