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후폭풍/우득정 논설위원
우득정 기자
수정 2005-08-09 08:48
입력 2005-08-09 00:00
하지만 핵폭발에서 폭발 및 지속순간은 각각 100만분의1초,200만분의1초에 불과하지만 후폭풍과 방사능으로 인한 2차 피해는 폭발에 비해 월등히 클 뿐 아니라 후유증도 오래 간다.‘산 자가 죽은 자를 부러워하는 세상’이라는 말이 고통의 크기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뉴턴의 ‘작용과 반작용’이라는 물리학적인 반비례 법칙으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다. 핵폭발 피해 반경에 든 사람들이 후폭풍을 두려워하는 이유다.
8년 전 우리 사회는 사상 초유의 외환위기 사태를 맞은 뒤 아직도 후폭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직장을 잃은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살아남은 사람조차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봄 정치권을 강타한 탄핵 후폭풍도 강도면에서 외환위기에 못지않다. 소수 집권층을 겨냥했던 거대 야당의 칼날은 자신들의 철옹성을 초토화시키는 핵폭탄이 돼 버렸다. 그럼에도 틈만 나면 자만이 고개를 치켜드는 것을 보면 권력이라는 독수(毒樹)의 유혹에서 벗어나기란 여간 힘들지 않은가 보다.
도청테이프 공작 당시 안기부와 국정원의 계선상에 있었던 인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나는 몰랐다’‘나는 깨끗하다’는 식으로 들어줄 이 없는 허공을 향해 항변을 내뱉더니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는 거대한 방패막이 뒤로 몸을 웅크리고 있다. 지금으로선 가장 안전한 도피처인지도 모른다. 그 모습이 이번 사건의 수사 결과를 예고하는 것 같기도 하다.‘9·11 테러’라는 초강력 폭풍에 이어 무수한 총탄이 난무했지만 빈 라덴은 잡지 못하고 무고한 민초들의 목숨만 거둬들였듯이. 그래서 잘못된 역사는 또다시 반복되는 것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2005-08-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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