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원폭투하 60주년] 日 피폭생존자들의 증언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윤창수 기자
수정 2005-08-06 08:03
입력 2005-08-06 00:00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지옥과 같은 경험을 알리고 싶습니다.”

폭염에도 불구하고 상처를 가리기 위해 목이 긴 정장을 입은 가야시게 준코(66)는 히바쿠샤(원자폭탄 생존자)다.1945년 8월6일 오전 8시15분 비행기가 떴고, 굉장한 폭발이 있었다.6일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지 꼭 60년이 되는 날이다. 정신이 들어 눈을 떠보니 같은 방에 있던 언니는 폭발 때문에 집 안쪽으로 날아갔고, 곳곳에 시체 무덤이 쌓여 있었다.

이미지 확대
히바쿠샤라는 이유만으로 그녀도 같은 일본인들로부터 심한 차별을 받았다. 가까운 친척이나 심지어 배우자에게도 원폭 피해자란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가야시게는 다른 히바쿠샤처럼 침묵하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원폭 경험을 알리는 강연을 다니고, 박물관에서 평화 자원봉사자로 일한다.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은 전쟁이 사라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제 경험을 들려주는 것입니다.”

차별을 두려워한 히바쿠샤들의 침묵 때문에 아직 세상 사람들이 원자 폭탄의 참상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한다는 게 가야시게의 생각이다.

히바쿠샤들의 평균 나이도 72살로 암 발병률은 앞으로 점점 더 높아질 전망이다.

미토야 도루(89)는 세 명의 자식 가운데 두 명이 뇌암에 걸려 한 명이 사망했다. 미토야 본인도 위암 수술을 받았다.27만여명으로 추산되는 히바쿠샤들은 미토야와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 히로시마 대학의 가미야 겐시교수는 “암에 걸리는 원폭 피해자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 2020년쯤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BBC방송을 통해 밝혔다.

전쟁 이후 미국은 폭탄 피해자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동시에 과학자들은 인체가 방사능에 노출됐을 때의 결과를 연구, 전세계 핵관련 종사자들에게 안전한 피폭 지침을 제시했다.

매년 6일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기념식에서는 일본 총리가 기념연설을 한 뒤 히바쿠샤 대표와 악수하는 것이 전통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히바쿠샤들의 건강을 염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 전통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이후 사라졌다. 히로시마 평화 박물관의 방문자 숫자도 매년 줄고 있다.



가야시게는 “이라크에서 폭탄을 맞은 아이들을 볼 때마다 모든 무기 사용이 중단될 때까지 나의 경험을 알려야 한다고 다짐한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05-08-06 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