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한 길 오늘은 딴 길] (2)유시민 vs 심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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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수 기자
수정 2005-07-28 08:58
입력 2005-07-28 00:00
“역사는 과거를 보는 현재의 거울이다.”.

폴란드의 저명한 철학자 아담 샤프의 말이다. 이에 따르면 똑같은 과거의 사건이지만 ‘현재의 창’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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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원(왼쪽)·심재철의원
유시민의원(왼쪽)·심재철의원
이는 개인사에도 적용된다.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인 유시민 의원과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한때 공유했던 학생운동이라는 ‘한길’에 대한 평가도 두 사람이 비춰 보는 ‘현재의 창’에 따라 정반대로 엇갈릴 수도 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다리는 서슬퍼런 군부 독재시절인 78년 서울대 언더서클 ‘농촌법학회’(농법)였다. 당시 2학년이던 심 의원은 유 의원에 대해 “신입생 가운데 도드라졌다.”며 “토론을 하다 보면 논리가 명쾌하고 대화 기술도 뛰어나서 2학기에 서클 핵심멤버로 자리잡았다.”고 기억한다.

‘농법’에서 당시 학생운동의 통과의례였던 치열한 학습과 농촌활동(강원도 문막면) 등을 거쳤다. 이를 바탕으로 다진 사회변혁에 대한 열정을 학생운동에 투사했다. 그러다 80년 심 의원은 학생회 회장, 유 의원은 대의원회 의장을 맡으며 학도호국단체제를 해체하고 학생회를 부활시켰다.

두 사람은 당시의 ‘안개 정국´에서 반독재를 모토로 학생운동에 전념하다 80년 ‘서울의 봄´을 맞았고 10만여 학생의 집회를 이끌었다. 이른바 ‘서울역 회군’의 주역이었다.

유 의원은 ‘한길’에 대해 말하기를 주저했다.“그저 같은 시기 같은 대학에 다녔다는 동일한 상황에서 같은 방식으로 고민하고 행동한 거죠.”

거듭 물었더니 “현재의 모습에 대한 실망 때문에 ‘아름다운 시절’ 기억의 편린을 일그러뜨리고 싶지 않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생물학적으로는 같은 심재철 선배이지만 사회학적으로는 다른 ‘심재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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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의원에게 심 의원은 ‘인식론적 단절’의 대상인 셈이다. 그만큼 심 의원의 ‘딴 길’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듯하다.

두 사람이 다른 길로 접어드는 계기의 하나가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보인다. 당시 사건 관련자들이 모두 군 법정에서 군 검찰의 고문에 자백이라고 진술했지만 심 의원만은 자백 내용을 인정했다. 유 의원은 심 의원에게 “왜 그렇게 진술했냐? 관련자들에게 빌어라.”라고 말했다고 회고한다.

이후의 행보는 확연하게 달라진다. 심 의원은 MBC 기자로 활동하다가 1995년 신한국당(한나라당)에 입당,2000년 16대 총선에서 당선된다. 입당 전 독일에 유학하던 유 의원에게 자문하자 유 의원이 “왜 그런 당에 가려느냐?”며 말렸다고 한다.

한편 유 의원은 복학 뒤 ‘서울대 프락치 사건’에 연루, 옥살이를 한 뒤 88년 이해찬(현 국무총리) 의원의 보좌관 생활을 하다가 독일로 유학을 갔다. 보좌관 시절 창작과비평사에 중편소설 ‘달’을 발표하고 ‘거꾸로 읽는 세계사´ 등 자신의 세계관을 담은 책들을 출간했다. 유학을 다녀온 뒤 방송 토론프로그램 사회자 등으로 활동하다 개혁당 창당을 주도하며 16대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국회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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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 고비에서 두 사람은 다른 길을 택했다. 현재 두 사람이 서로의 ‘가지 않은 길’에 대해 내리는 평가는 판이하다.

심 의원은 유 의원을 상대적으로 넉넉한 눈길로 바라본다.“뻔히 아는 입장이라 정치적 관점의 차이에 대해서 반박하고 싶지 않다. 다만 유 의원은 늘 남보다 한 걸음 더 내딛고 있다. 그의 생각이 옳고 주장에 공감도 하지만 정치판에서 아우르고 가려면 개량주의적 접근이 어쩔 수 없기에 지금보다 톤을 낮추고 반걸음만 앞서 갔으면 좋겠다.”

반면 유 의원이 심 의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다.“‘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을 보는 심정은 착잡하고 시쳇말로 꿀꿀하다. 여야 국회의원이 질적으로 다를 수는 없겠지만 왜 그렇게 사는지, 저렇게까지 살아야 되는지 싶다. 그래서 생의 아름다운 시절 가졌던 ‘심재철’의 모습과 지금 그의 모습은 내 뇌리에 단절돼 남아 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2005-07-2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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