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도청 해외도피땐 처벌가능” 시각도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는 21일 홍석현 주미대사와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이 MBC를 상대로 낸 안기부 도청 내용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조건부로 허용했다. 사실상 기각으로 볼 수 있다. 재판부는 “방송 자체를 금지하기는 곤란하지만 테이프의 불법성이 있으므로 테이프의 원음을 직접 방송하거나 대화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실명을 직접 거론해서는 안 된다.”면서 “나머지 세부사항은 방송국이 결정할 문제”라고 결정했다. 이철원 판사는 “내용 자체를 방송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고 담긴 내용의 큰 취지는 밝힐 수 있되 세세한 내용을 밝히지 말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날 MBC의 보도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언론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녹음 내용은 전혀 공개하지 않고 전반적인 내용을 언급한 것만으로는 통신비밀보호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서울남부지법도 ”MBC가 결정문을 충실히 지킨 것으로 판단되며 법원이 요구한 사항도 충족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 일부에서는 “과거사 규명 차원의 국민의 알 권리도 존중돼야 한다.”면서 “불법 도청 내용을 공개하더라도 면책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CIA 요원의 신분을 보도한 미국의 경우를 들며 “공적인 알 권리를 위해서는 녹음 내용을 보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불법 도청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 통신비밀보호법 16조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문제가 된 안기부의 도청팀 ‘미림’은 1993∼1998년 2월에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이미 불법감청 행위의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법조계 인사들은 “당사자들이 범행 직후 증거은닉을 위해 해외로 도피했을 경우에는 공소시효가 중지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혀 상황에 따라서는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안동환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